‘직원들의 감성을 깨워라.’
주입식 강의교육, 철야행군처럼 ‘고통’을 통해 공동체 의식을 다지던 기업 교육이 감성을 자극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영화 촬영지를 방문해 이벤트를 벌이거나 래프팅을 하며 즐겁게 놀기도 한다.
과거의 교육방식으로는 공동체 의식은커녕 이직 사유가 될 수도 있는 신세대 사원의 성향을 반영한 변화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실적을 독려해야 하는 기업들의 고민도 담겨 있다. 몸을 움직이게 하려면 마음을 먼저 잡으라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신입사원 220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8∼12일 강원 경포대, 대관령 등지에서 하계수련대회로 치렀다. 백화점, 홈쇼핑, 푸드시스템 등 계열사 신입사원들이 모두 참가한 수련대회의 프로그램은 드라마 ‘가을동화’와 영화 ‘연애소설’의 촬영지인 대관령 목장 탐방, 해변가요제, 래프팅 등.
현대백화점 인재개발원 김경호 부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땡볕 아래서 등반을 하거나 목이 쉬도록 ‘나는 할 수 있다’는 소리를 지르게 했지만 올해는 즐겁고 신나게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쌍용화재는 4월 입사한 지 100일 되는 신입사원을 모아놓고 ‘100일 잔치’를 열었다. 잔치에는 선배들이 참가해 기업문화도 가르쳤다. 이들 신입사원은 올해 초에는 용평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는 것으로 신입사원 교육을 마무리했다.
업무혁신팀 연규철 과장은 “감성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로열티도 높아지고 이직률도 줄이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하이스코는 지난달 신입사원 교육 때 퀴즈를 통해 애사심을 높이는 ‘도전 골든벨’을 진행하기도 했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봉사’하는 행사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는 6월 우수사원 대상 워크숍을 열면서 매장의 점장들이 음식을 직접 만들어 직원들에게 서비스했다. 사원들이 매장에서 해야 할 서비스 매뉴얼에 따라 점장들이 서비스 시범을 보였다.
양문영 과장은 “역할 바꾸기를 통해 예전과 달리 소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며 “앞으로도 재미있는 교육을 확대하는 게 회사 방침”이라고 전했다.
외국계 제약업체 한국릴리는 최근 로브 스미스 사장이 영업 및 마케팅 사원 30여 명을 서울 종로의 한 식당으로 초대해 삼계탕을 대접했다. 무더위와 싸우며 발로 뛴 직원들을 격려하면서 마음을 잡자는 것.
복날에 삼계탕이나 수박을 사원 집으로 보내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은 지난달 초복에 택배로 임원 가족에게 삼계탕용 닭을 보냈으며 포스코는 수박을 보냈다. 의류회사 FGF는 말복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반 조리된 포장용 삼계탕을 보내기도 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