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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줌인]盧대통령 ‘국가범죄 시효배제’ 발언 논란

입력 | 2005-08-17 03:05:00

노무현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영빈관으로 독립·국가유공자 등 220여 명을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 마음의 상처를 씻고 아쉬움을 풀고 화해할 수 있는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노무현 대통령은 1948년 건국 이후 최초의 법률가 출신 대통령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취임 이후 내놓은 여러 정치적, 정책적 제안은 빈번하게 법률적 논란을 불러왔다.

2003년 10월 측근 비리 문제가 불거지자 내놓은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은 나중에 헌법재판소에 의해 “대통령의 신임 여부는 헌법상 국민투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실상 위헌 판정을 받았다.

최근 국무총리와 내각에 내각제적 수준으로 권력을 이양하겠다고 한 대연정(大聯政) 제안이나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국가권력 남용 범죄의 민·형사 시효 배제’ 주장도 부분적으로 위헌 시비에 휘말렸다.

2003년 3월에는 감사원 회계검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시키겠다고 했다가 감사원 측이 “헌법 97조에 회계 검사와 직무감찰 기능을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반발한 일도 있다.


노대통령의 '국가권력 남용 범죄에 대해 시효적용을 배제하는 법률'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찬성
반대
잘 모르겠다


▶ 난 이렇게 본다(의견쓰기)
▶ “이미 투표하셨습니다” 문구 안내

노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는 ‘법은 고정돼 있는 것이 아니고, 목적이 정당하면 확대 해석해 운용하거나 그 목적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일관된 논리가 깔려 있다.

지난달 29일 대연정을 거듭 제안하면서 “헌법 해석에 있어 형식논리와 개념법학적 해석 방법론을 뛰어넘어야 한다. 법 논리를 너무 사회현실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해석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런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1980년대 중반 시국사건 변론에 나서면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무현 변호사는 노동자나 대학생들을 변론하는 과정에서 형량 조정을 위해 검찰이나 재판부와 타협하기보다는 독재 권력의 통치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등의 부당성을 강하게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 대통령은 1987년 대우조선 파업 때 노동관계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던 ‘제3자 개입 금지’ 조항에 걸려 23일간 구속된 일도 있다.

1978년 5월 변호사 개업 이후 부산에서 조세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시국사건 변호사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법이 안고 있는 선악(善惡)의 양면을 모두 체득한 셈이다.

법의 양면을 체득한 법률가로서의 경험이 법률적 논란이 따르는 제안을 자주 내놓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스로 법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적 제안을 할 때에도 새로운 법 논리를 개발해 내고 그것이 논란을 야기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