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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외환위기 이후 직종 어떻게 달라졌나

입력 | 2005-08-17 03:06:00


《1997년 말의 외환위기 이후 원래 직종에서 밀려난 사람의 68%는 소득이 적은 하위 직종으로 추락하거나 직장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당시 미취업자의 대부분이 희망하는 직종에 취업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보 취재팀이 전국 5000가구, 1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노동연구원이 실시한 노동패널조사 1∼6차연도(1998∼2003년) 자료를 재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외환위기 이후의 직종변화 정도가 실증적으로 입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이트칼라의 고용 상태 역시 매우 불안하다는 점이 이번에 확인됐다.

조사에 따르면 1998년 당시 사무직 근로자와 준(準)전문직은 각각 40.6%와 48%가 2003년에 서비스 근로자나 기능직 또는 단순노무직 등 하위 직군(職群)으로 추락하거나 직장을 잃었다. 화이트칼라가 외환위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음을 보여준다.

반면 외환위기 당시 기능원 등 생산직 근로자는 5년이 지난 후에도 절반 이상이 같은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위 직군으로의 추락은 쉽지만 상위 직군으로의 상승은 어렵다는 뜻이다.

1998년에 취업을 희망했던 무직자 1178명 중 2003년 현재 자신이 원하는 직종에 취업한 비율은 19.7%인 232명에 그쳤다. 이들의 절반가량은 여전히 무직 상태였다.

장기 실업에 허덕이는 구직자의 희망과 실제 노동시장의 수요에 큰 격차가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의사, 법조인, 대학 교수 등 전문직의 경우 설문에 모두 응한 217명 중 140명(64.4%)이 5년 뒤에도 같은 직종을 유지해 외환위기와 장기 불황의 파고를 수월하게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외환위기 이후 5년 간 취업자의 절반가량(51.8%)이 원래 직종을 유지한 가운데 ‘입법공무원, 고위 임직원 및 관리자’ 그룹과 ‘단순노무직 근로자’ 그룹의 직종 유지율이 각각 30.3%, 37.2%로 가장 낮게 조사됐다.

최상위와 최하위 직종에서 이동이 가장 심했다는 뜻이다.

노동패널조사는 전국 도시지역의 만 15세 이상 동일 그룹을 대상으로 신상과 가구원 현황, 직업 변동, 소비, 지출 등 경제활동 항목의 변동사항을 매년 추적 조사하는 것으로 1998년 시작됐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권혜진 기자 hjkwon@donga.com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