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시효배제’ 제안에 대한 정치권의 위헌논란이 거센 가운데 장영달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사진)이 17일 “박정희 정권을 물려받은 한나라당은 시비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은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유태인 학살 주범들은 50년 뒤에도 처벌을 받는다”며 “국가 권력에 의해 벌어진 일을 시효가 넘었기 때문에 따질 수 없다고 한다면 죽은 사람만 서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혁당 사건을 예로 들어 “박정희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의 견딜 수 없는 고문과 친일 재판관들의 판결로 8명이 사형됐고 그들의 가족과 친척들은 지금도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며 “양민을 잡아다 간첩을 만든 정권을 이어받은 한나라당은 이 문제에 관해 시비할 입장에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는 이런 문제들에 있어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며 “한나라당은 자신의 죄악상이 드러날까봐 반대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장 위원은 열린우리당을 향해서도 “우리당이 꽁무니를 빼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인혁당 사건 같은 것은 정의를 밝혀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문희상 의장은 “시효 배제는 형사소급 처벌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것”이라며 “핵심은 잘못된 과거를 밝히고 국가 권력에 의한 오남용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며, 과거의 일은 극히 예외적인 것에 대해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배상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