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비해 강력한 액션과 느슨한 이야기를 갖고 있는 ‘옹박-두 번째 미션’. 사진 제공 영화인
태국의 액션 스타 토니 자가 또다시 가공할 무아이타이(태국 전통무술) 기술을 보여 주는 ‘옹박’의 속편 ‘옹박-두 번째 미션’은 잔인하게 말해서 영화가 아니다. 본질적으로는 액션을 본때 나게 보여 주기 위해 이야기를 장식처럼 덧씌워 놓은, ‘기인열전’ 혹은 ‘진기명기 쇼’에 가깝다.
깊은 산골에서 사는 순박한 청년 캄(토니 자)은 완벽한 혈통의 코끼리 포아이와 콘을 애지중지 키우면서 왕에게 바칠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태국의 갱 조직이 코끼리들을 훔쳐가고, 국제 범죄조직은 코끼리를 호주의 시드니로 밀매해 버린다. 캄은 코끼리를 되찾아오기 위해 호주로 떠난다.
이 영화에는 ‘커져라. 세져라’는 속편의 법칙이 어김없이 적용된다. 전편의 10배가 넘는 80억 원의 제작비가 들었고, 기다란 태국 보트(롱테일 보트)를 타고 벌이는 추격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을 만큼 규모와 속도감과 파괴력이 크다. 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티가 날 정도로 태국의 상징인 코끼리와 수려한 자연경관을 담은 영화 전반부는 거대한 태국 홍보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한껏 부풀었던 풍선이 펑하고 터져버리는 것처럼 결정적인 순간 긴장이 탁 풀려버린다. 토니 자가 건곤일척 대결을 벌이기 직전 예외 없이 내뱉는 다음과 같은 외침은 그 절실함이 부족해 외려 실소를 자아내는 것이다. “내 코끼리 내놔.”
코끼리도 좋고 호주도 좋지만, 이 영화는 인간을 좀 더 이야기했어야 했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