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를 열고 있는 미국은 배드민턴 후진국으로 꼽힌다.
남녀 단복식과 혼합복식을 통틀어 세계 10위 안에 드는 선수는 한 명도 없고 일반인에게도 낯선 종목이다.
그런데도 미국에서 최고 권위의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 이유는 무얼까.
국제배드민턴연맹(IBF)이 세계 스포츠의 거대 시장인 미국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한 것. 미국에서 셔틀콕 저변이 확대되면 그만큼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위상이 높아진다는 계산에서다. 또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잔류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그래서 IBF는 미국 측에 세계선수권대회 유치에 필요한 100만 달러의 신청금을 받지 않는 특혜도 줬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과 유럽 몇 개국은 유치를 포기했다.
한편 앞으로 뉴욕 마이애미 등 미국 주요 도시에서 국제대회를 자주 열 것이라는 게 IBF 관계자의 설명. 이번 대회 장소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애너하임의 홈구장인 애로헤드 폰드에는 연일 수천 명의 관중이 몰려들고 있으며 대부분 처음 보는 배드민턴 대회가 흥미롭다는 반응. IBF의 미국 개척 전략은 일단 성공한 듯하다.
애너하임=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