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이달 말까지 고강도의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부동산 투기 억제와 지역 균형개발을 반드시 이루어 놓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정부 측에서는 대통령과 결이 다른 의견은 내놓기 힘든 분위기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당정회의가 열리면 매번 부동산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쏟아져 나온다.
지난번 강남 집값 폭등사태가 보여 주듯이 정교하지 못한 부동산정책은 심각한 부작용을 부를 수 있다. 정부는 원래 0.15% 수준인 보유세 실효세율(세금/집값)을 2017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1%로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정은 이 정도로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8년이나 이른 2009년까지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여당 관계자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강남 아파트의 세 부담이 무거우면 강북으로 이사 가면 된다”고 말해 특정지역을 겨냥한 대책임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나 보유세를 4년 동안 무려 7배 가까이 인상하는 조치는 강남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집 한 채를 소유한 중산층 전체가 일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세 부담을 지게 된다.
여당은 모든 건축 행위에 기반시설부담금을 신설하고 개발부담금까지 부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부담금은 건축경기를 냉각시키고 재개발, 재건축을 억제함으로써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
투기를 잡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경제정책이건 지나치면 반드시 ‘후(後)폭풍’을 몰고 오기 마련이다. 주택은 토지와 달리 경기부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주택경기가 차지하는 일자리 창출과 소비 진작 기능은 상당하다. 부동산 거품이 일시에 꺼져 10년 불황으로 치달은 일본의 교훈은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은가.
1가구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이후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안정돼 가는 마당에 1가구 1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을 급격히 늘리는 정책은 재고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