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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공자이후 大사상가 왜 안나오나…‘추악한 중국인’

입력 | 2005-08-20 03:05:00


◇추악한 중국인/보양 지음·김영수 옮김/356쪽·1만5000원·창해

환자: 검사 결과가 나왔나요?

의사: 음, 폐병 3기로 보이네요, 기침이 심한 데다….

환자: 거참 이상하네요. 조금 전에 선생님도 기침을 하시던데, 그것도 폐병인가요?

의사: 그건 다르지요.

환자: 뭐가 다르다는 거죠? 선생님은 우리와 혈통이 다르다는 말입니까?

의사: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밤에는 열도 나고….

환자: 선생님이야말로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선풍기도 밤늦게까지 켜 놓으면 열이 나니 그럼 그것도 폐병 3기란 말입니까?

의사: 각혈 증상도 있군요.

환자: 치과에서 치료를 받는 사람들도 입에서 피가 나던데, 그 사람들도 폐병 3기겠군요!

의사: 물론 그건 아니지요….

환자: 좋아요! 백번을 양보해서 폐병이라 칩시다. 근데 그게 무슨 문제란 말입니까? 왜 나만 가지고 뭐라는 거죠? 나와 무슨 원수라도 졌습니까?

의사: 그건 오해입니다.

환자: 오해는 무슨 오해! 나는 첫눈에 당신을 알아봤어.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가정의 따뜻함을 모르고 살아왔지? 중년에는 강간사건으로 감옥에 다녀오고. 그래서 깊은 원한을 품고 다른 사람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눈 뜨고 못 봐주겠다는 게지? 부끄럽지도 않나?

이 책은 중국인의 가장 아픈 곳을 후벼 판다. 중국인의 뼛속 깊이 스며있는 유교문화의 잔재를 전염성 바이러스로 단죄하며 중국, 중국인의 치부를 가차 없이 까발린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인은 자신의 잘못이나 약점을 인정할 줄 모른다. 사실을 말하는데도 상대가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고 여긴다. 눈을 흘기기만 해도 칼을 들고 덤빈다. “지금 정부를 뒤엎으려는 거야?”라고까지 생각한다.

저자는 이 추악한 근성이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어떤 말이나 글도 스승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사승(師承)’의 족쇄가 중국인의 사고와 상상력을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지게 했다는 것.

“공자 이후 2000년 하고도 수백 년이 넘게 중국은 단 한 명의 사상가도 배출하지 못했다. 이 깊은 연못, 이 죽은 물이 바로 중국문화의 ‘장독’이다. 장독에서 나는 냄새가 중국인을 참으로 못나고 속 좁게 만들었다.”

만약 아편전쟁이 없었다면 중국은 아직도 변발을 하고, 전족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아찔해한다. 차라리 아편전쟁이 300년만 일찍 일어났더라면!

1984년 미국 대학에서 강연한 내용 등을 묶은 이 책은 이듬해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 중국인의 쟁점이 되었다.

중국인의 가치체계가 이처럼 극렬한 파열과 도전에 직면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위정자는 물론이고 급진적인 학생들조차 저자의 ‘장독문화론’에 새파랗게 질렸다.

1949년 국민당군이 패퇴한 뒤 대만과 중국을 오가며 중국문화의 병리현상을 파헤치는 신문 칼럼과 평론을 꾸준히 발표해 온 저자. 그는 1968년 ‘인민과 정부의 감정을 도발했다’는 죄목으로 투옥되기도 했다.

그의 호루라기 소리는 중국 전역을 뒤흔들었다. 5·4운동 당시 루쉰이 있었다면 1980년대의 중국엔 보양이 있었다. 원제 ‘醜陋的中國人’.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