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여론조사 결과 노무현(盧武鉉) 정부 전반기에 ‘가장 잘못한 분야’ 1∼4위는 부동산정책(28.8%), 물가 불안정(26.4%), 빈부격차 확대(24.7%), 실업문제(23.6%) 등 경제 분야가 휩쓸었다.
평균점수에서도 전반적인 국정 운영이 51.1점(100점 만점)을 받은 데 비해 경제 분야는 43.6점으로 경제 정책과 운용 능력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반영됐다.
노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에 중점을 둬야 할 최우선 과제로 응답자의 53.7%는 ‘경제 회복’을 꼽았다.
○ 불만은 잠재성장률 밑도는 성장률
반환점에 선 현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노 대통령은 2003년 2월 취임하면서 ‘집권 중 연평균 7%의 경제성장’을 약속했다.
그러나 출범 첫해인 2003년 성장률은 3.1%로 2002년(7.0%)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이듬해인 2004년에도 4.6%, 2005년 상반기(1∼6월)에는 3.0% 성장에 그쳤다. 집권 2년 반 동안의 반기(半期) 평균 성장률은 3.7%.
공약대로 연평균 7% 성장을 실현하려면 남은 2년 반 동안 10.3%(반기 평균)의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잠재성장률이 5.0% 내외인 상황에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저조한 성장에 따른 국민의 불만이 그대로 표출됐다. 잘못한 분야 상위권을 모두 경제 분야가 차지했다. 노무현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중점을 두어야 할 분야 1∼3위도 경제 회복(53.7%), 빈부격차 해소(12%), 부동산 안정(9.8%) 등 경제 분야가 휩쓸었다.
하지만 국민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후반기에 자신의 경제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좋아질 것’(22%)과 ‘나빠질 것’(25.8%)이라는 응답이 엇비슷하고 50.1%는 ‘비슷할 것’이라고 답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반응이 많았다.
한양대 나성린(羅城麟·경제학) 교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성장을 통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면서 “대통령이 정치, 사회적 개혁에 집중하는 동안 기업 투자와 고소득층 소비는 위축돼 경제 전체의 활력이 전반적으로 약화됐다”고 말했다.
○ 일자리 창출과 빈부격차 해소 부진
노 대통령의 경제 분야 핵심 대선공약이었던 ‘매년 50만 개 신규 일자리 창출’ 공약도 실현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출범 첫해인 2003년 일자리는 3만 개가 오히려 줄었으며 2004년에는 41만8000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데 그쳤다. 올해 1∼7월엔 28만7000개의 일자리가 증가했지만 늘어난 일자리의 많은 부분이 서비스 업종의 임시직에 몰려 있다.
실업문제가 ‘잘못한 일’ 4위(23.6%)에 오른 것이나 소비회복 부진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여력 부족’(42.1%)을 1위로 꼽은 것은 실업의 후유증이라고 볼 수 있다.
실업문제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함에 따라 정권 초기 ‘12대 중점과제’ 중 하나였던 ‘빈부격차 해소’도 구호에만 그쳤다. ‘잘못한 일’ 중 빈부격차가 확대됐다(24.7%)는 응답이 3위, 정권 후반기 중점을 두어야 할 분야에서도 빈부격차 해소가 12%로 2위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兪炳圭) 경제본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심화된 실업과 빈부격차의 해소를 경제정책의 목표로 삼은 초기의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경제문제 해결을 위한 처방에 ‘경제 외적인 요소’가 많이 개입됐고 비본질적 논쟁에 휩싸여 정책 사용의 때를 놓치면서 의도와 상반된 결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신 급증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가장 잘못한 분야’ 1위(28.8%)로 꼽았을 뿐 아니라 경제 부문 가운데서는 그나마 ‘가장 잘한 분야’라는 응답도 1위(8.5%)로 나왔다.
올해 2월 본보가 노 대통령 집권 2년을 맞아 실시했던 여론조사 때 응답자의 48.0%는 현 정부 부동산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또 7.5%는 ‘매우 잘한다’고 답하는 등 전체의 절반 이상(55.5%)이 우호적 평가를 내렸었다.
당시 ‘잘못하고 있는 편이다’(28.6%), ‘매우 잘못하고 있다’(5.5%) 등 부정적 응답은 34.1%에 그쳤다. 이후 부동산 값 폭등이 여론을 크게 악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김선덕(金善德)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3월 이후 서울 강남,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와 경기 용인시 등을 중심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부동산정책에 대한 여론이 급반전했다”고 설명했다. 집값 등락이 정부 정책의 성패를 판단하는 잣대로 쓰인다는 것이다.
31일 발표 예정인 정부의 부동산종합대책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우세했다.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5%는 ‘그다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으며 ‘전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8.1%) 등 전체의 56.6%가 대책의 효과를 기대하지 않았다. 긍정적 응답은 36.4%에 그쳤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