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주간 전망대]이강운/秋鬪로 달리는 자동차노조

입력 | 2005-08-22 03:03:00


노동계의 가을투쟁(추투·秋鬪)이 이번 주 뜨거운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선두에는 자동차 업체들이 섰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노동조합은 회사 측과의 임금 단체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모두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현대차 노조는 23일 중노위에서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23, 24일 이틀간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이르면 25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아차 노조도 26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앞서 쌍용차 노조는 19일 쟁의행위 여부를 투표에 부친 결과 85%가 넘는 조합원들이 파업 찬성표를 던졌다. 파업 시기와 방법 등은 22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체들이 속한 민주노총 금속산업노조연맹도 26일과 31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금속연맹은 “10만 정규직 노조원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해 처음으로 펼치는 전국 단위의 정치파업”이라며 강도 높은 투쟁을 예고했다.

일부 자동차 노조의 실력행사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압력수단일 수 있지만 실제 파업으로 이어진 전례가 적지 않아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현대차만 보더라도 1987년 노조가 만들어진 이후 1994년 한 해만 빼고 파업이 연례행사처럼 이어져 왔다. 설상가상으로 올해는 노사간 간극이 더 커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임금 평균 10만9181원(기본급 대비 8.48%) 인상, 당기순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추가 100% 등을 요구했다. 임금 인상 외에 해외 공장 신설 때 노사심의 의결, 정년 연장,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경영권 참여 요구도 적지 않다.

올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차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33.5%, 85.5%나 줄었다. 쌍용차는 4년 만에 상반기 적자로 돌아섰다.

하반기 전망도 불투명하다. 내수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해외 시장도 치솟는 국제유가와 환율하락(원화가치 강세) 등으로 영업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자동차업체의 파업은 전후방산업이나 하도급 업체에 미치는 피해가 엄청나다. 주력 수출산업이기도 해 경제 전체로 볼 때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한국산 자동차의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는 이참에 파업은 글로벌 경쟁력에도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달 초 GM대우차는 분규 없이 임금협상을 타결지었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도 상생(相生)의 정신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강운 경제부 차장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