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인이 의사 처방 없이 가장 남용하는 약물은 살 빼는 약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약대 권경희(權京希) 교수팀이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제출한 ‘남용 약물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7728명 가운데 의사 처방 없이 살 빼는 약을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671명(8.7%)으로 가장 많았다.
살 빼는 약을 구입한 경로는 ‘약국’(28%)이 가장 많고 ‘아는 사람을 통해서’(22.5%), ‘인터넷이나 홈쇼핑’(13.6%)이 뒤를 이었다.
남용하는 약물 2위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남성 응답자 3020명 가운데 176명(5.8%)이 의사 처방 없이 사용한 경험이 있었다. 발기부전 치료제를 ‘1년에 한 번 사용했다’(26.5%)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매일 사용한다’(14.3%)는 응답도 두 번째로 많았다.
남용 약물 3위는 진해거담제(감기약). 감정 변화를 위해 의사 처방 없이 진해거담제를 사용해 봤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2%였다.
사용 형태는 진해거담제를 술에 타 마시는 일명 ‘정글주스’(32.3%)가 가장 많았다.
살 빼는 약, 발기부전 치료제, 진해거담제에 이어 본드 등의 흡입제(2.8%), 수면제(2.7%), 근육이완제(2.2%), 대마초(1.6%), 흥분제(0.3%), 헤로인(0.1%) 등이 남용되는 약물로 조사됐다.
이들 약물은 미혼이나 독신거주자, 수입이 많은 사람일수록 남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