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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42세 랜디 존슨 “아, 세월이여”

입력 | 2005-08-23 03:07:00


‘빅 유닛’도 세월의 무게는 감당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왼손 투수로 꼽히는 랜디 존슨(42)이 22일 생애 처음 3연타석 홈런을 맞는 수모를 당했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회 이구치 다다이토-애런 로완드-폴 코너코에게 잇달아 홈런을 내준 뒤 계속된 1사 1, 2루에선 크리스 위저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한 것. 1이닝 4홈런은 1999년 애틀랜타전 이후 두 번째.

다행히 8회까지 나머지 이닝은 무실점으로 막았고 삼진을 8개나 잡았지만 롤러코스터를 탄 존슨은 예전의 그가 아닌 게 확실했다. 존슨은 올해 11승(8패)을 올리고 있지만 평균자책은 평소보다 1점 이상 높은 4.34로 치솟았다.

이런 존슨을 보면서 서재응이 퍼뜩 떠올랐다.

서재응은 2003년 9승(12패)을 올린 뒤 “나는 직구와 체인지업만 있으면 충분하다”며 기고만장했다. 그의 투구 폼에 손질을 하고 새로운 구질을 가르치려던 릭 피터슨 코치와의 불화가 시작된 원인이 바로 이것이었다.

결국 지난해 5승(10패)에 머문 뒤 마이너리그로까지 추락한 서재응은 체인지업만으로는 안 된다는 한계를 뼈저리게 실감했고 신무기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결과 변형 직구인 커터와 스플리터, 그리고 커브의 5색 구질을 장착해 올 시즌 뒤늦게 합류한 빅 리그에서 5승 1패에 평균자책 1.09를 기록하며 ‘서덕스(서씨 성을 가진 그레그 매덕스란 뜻)’란 찬사를 받기에 이르렀다.

마찬가지로 존슨은 불과 1, 2년 전만 해도 최고의 강속구와 슬라이더 투수로 불렸지만 42세의 나이가 말해주듯 이젠 그런 평가를 하는 이는 드물다. 이날 홈런을 맞은 것도 150km가 채 안 되는 직구와 138km에 불과한 슬라이더였다.

결국 천하의 존슨에게도 변신의 시점이 다가온 것. 그러고 보면 메이저리그의 대표 강속구 투수였던 ‘닥터 K’ 로저 클레멘스는 스플리터로, ‘외계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는 체인지업으로, 박찬호는 투심 패스트볼로 재기에 성공했다.

국내에선 ‘회장님’ 송진우를 비롯해 조계현 이강철 정민태 같은 노장들이 강속구에서 변화구로 바꿔 생존의 해법을 찾아냈다.

장환수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