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거래 가격 시스템을 실시해 이중계약서 작성을 막겠다는 정부 정책에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현재 제안된 시스템은 부동산 거래 정보를 정부기관들만 공유해 신고 가격이 적정한지를 판단하고 과세 자료로 이용하겠다는 것일 뿐 민간에는 공개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민간이 조금만 노력하면 누구나 타인의 부동산 거래 정보를 정확히 얻을 수 있다. 미국의 많은 지방 정부에서는 주택 신규 거래에 대해 구매자 이름, 주택 주소 및 가격을 신문에 공시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 주에서도 주택 등기 서류에 취득세 납부액이 함께 등재된다. 누구나 이를 열람할 수 있어 고정된 취득세율을 적용하면 거래 가격을 쉽게 역산할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는 주택 매도인이 자신의 주택을 시장에 올리는 부동산 중개인을 지정하도록 돼 있는데 이 중개인은 다른 중개인이 해당 주택을 판매한 경우에도 매도인이 지급하는 중개인 수수료의 절반을 받는다. 이는 실질적으로 중개인 실명제에 해당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정보 공개 정책의 목적이 이중계약서 방지보다는 매매 대상 주택 주위에 있는 비슷한 주택들이 시장에 얼마에 나왔으며, 얼마에 팔렸는지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해 가격 결정에 도움을 주고 거래를 활성화하자는 취지다.
필자는 이 제도를 한국에도 도입할 것을 제안한다.
한국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이 인정하고 있다. ‘거품’이란 가격에 대한 올바른 기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고 부풀려져 있다는 뜻이다. 부동산은 특이한 재화로 거래자들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믿으면 실제로 상승하게 된다. 거래자가 올바른 기대를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실거래 가격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
또 이중계약서 작성, 주택 가격 부풀리기 등 부동산 거래의 병폐들은 일부 불성실한 부동산 중개인의 충동질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들 중개인이 거래자들에게 옳지 못한 정보와 조언을 계속 제공하면서도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정확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중계약서 작성의 목적은 탈세다. 부동산 거래 명세가 모든 사람에게 공개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우선 사회 저명인사들부터 이중계약서를 만들려는 유인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부동산 거래 가격 정보를 민간에 공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주택을 등기할 때 취득세 납부액을 함께 등재하도록 하고 이를 공개하면 된다. 동시에 미국과 같이 부동산 중개인 실명제를 실시해 주택 매도인을 대표하여 주택을 시장에 올려놓는 중개인이 해당 주택을 자신이 판매하지 않는 경우에도 판매 수수료의 절반을 받도록 하고, 대신 거래의 건전성 보장과 다른 중개인과의 부동산 거래 정보 공유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동산 거래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헌법의 사생활 비밀보장 조항에 저촉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등기제도나 공시제도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모든 거래 및 소유관계가 비밀 보호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주택의 사적 소유권이 정부의 권력에 의해 보호되므로 개인은 이러한 혜택에 대한 반대급부로 개인 소유 주택의 정보 공개를 받아들일 의무가 부여된다는 법리로 이 문제를 해결한다.
거래 명세 공개가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지만 이 문제는 다른 적절한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성격이다.
현재 부동산 거래 정보를 민간에 공개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고집해도 정보 공개 자유 입법에 의해 언젠가는 정부가 소유하는 정보를 공개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그때 가서 할 수 없이 정보를 공개하는 것보다는 이번 입법 과정에 부동산 거래 정보의 민간 공개에 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해 포함시키기 바란다.
이번송 서울시립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