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 논술은 복잡한 계산 문제보다 기본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실생활에 응용하는 방향으로 출제될 전망이다. 충분한 실험으로 원리를 소화한 뒤 생활에 다양하게 적용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차 수시모집 전형이 다가왔다. 1차와 마찬가지로 자연계 학생에게는 수리와 과학논술이 전형의 핵심이다. 남은 기간 어떻게 자연계 논술을 준비해야 할까. 고려대, 이화여대 등 각 대학이 수시 1학기에 치른 논술시험을 중심으로 자연계 논술 대비법을 살펴보자.
① 생활 속의 수학 과학을 찾아라
1차 자연계 논술에서 두드러진 경향은 생활 속에서 문제의 소재를 찾는다는 점이다. 이화여대 수리논술 문제는 ‘삼각비를 이용해 남산타워의 높이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이 학교는 ‘8개팀의 토너먼트 경기에서 두 번째로 강한 실력을 가진 철수가 준우승을 못할 가능성’을 묻는 문제도 냈다. 건양대 의대의 논술 문제는 ‘당뇨병 환자가 근육을 키워야 하는 이유’였다. 고려대는 ‘삼각함수와 지수함수를 실생활에 적용하는’ 문제를 냈다.
이정록 유레카논술학원 연구팀장은 “생활과 관련된 수학과학 문제를 내는 경향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비하려면 교과서를 생활과 연결짓는 것은 물론 과학책이나 잡지를 꾸준히 읽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이기태 경희대 입학처장은 “이공계로 진학하기 위해 논술을 공부하려는 학생에게 과학잡지 ‘과학동아’부터 읽으라고 권유한다”고 강조했다.
② 한물간 뉴스도 다시 보자
시사와 관련된 문제는 논술의 단골 메뉴다. 그러나 수험생들이 깜빡 하는 경향이 하나 있다. 시기가 약간 늦은 뉴스가 곧잘 문제로 출제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화제가 됐던 뉴스가 올해 논술 문제로 나오곤 한다.
경희대 1학기 자연계 논술 문제로 ‘천연비타민과 합성비타민에 관한 글을 읽고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폐단을 쓰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 지난해 비타민 남용에 따른 논란이 많았는데 올해 시험 문제로 나온 것이다.
중앙대 문제인 ‘매미 애벌레와 천적의 일생에 나타난 수학적 규칙성을 분석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7년만에 매미가 미국 전역을 뒤덮어 화제가 됐는데 올해 문제로 출제됐다. 수험생은 올해 뉴스는 물론 지난해 화제가 됐던 뉴스도 관심을 갖고 대비하자.
③ 생물을 배우며 수학을 고민한다
논술이 본고사형에서 탈피한 대신 통합교과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앞서 든 중앙대의 ‘매미’ 문제가 대표적이다. ‘알→애벌레→번데기→성충’으로 이어지는 매미의 생활사를 17이라는 소수와 연관짓고 다시 생물의 천적관계와 관련해 설명해야 한다.
이기태 처장은 “풀이형 수리논술이 사라지면 다른 교과와 연결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예컨대 유전적 변이나 환경오염을 확률과 연관짓는 문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과서를 넘어선 문제도 늘어나는 추세다. 건국대는 구술면접에서 ‘유성생식 포유동물이 무성생식으로 개체를 늘리는 방법이 가능한지’에 대해 물었다. 포유동물은 유성생식만 한다는 교과서 지식을 넘어 최근의 동물복제 문제를 연관지은 것이다.
④ ‘본고사형’ 문제는 잊어라
2005년도 입시에서 일부 대학의 자연계 논술, 특히 수리논술이 본고사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올해 1차 논술은 지난해와 비교하면 ‘본고사형’ 문제에서 탈피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1차 수시 논술에서 본고사 논란을 일으킨 고려대도 최근 “2학기 수리논술은 서술형 문제로 출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자연계 논술이 본고사형에서 벗어난다면 어려운 문제를 풀기보다 원리나 개념을 이해하는지를 묻는 문제가 될 것이다. 고려대 1학기 수리논술에 나온 ‘복소수가 왜 필요한지 설명하라’같은 문제가 좋은 예다. 복잡한 함수를 미적분하는 문제보다 미적분이 왜 등장했는지 묻는 문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 대학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어려운 문제는 다 잊어버리고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원리와 개념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⑤ 영어 잘해야 논술도 잘한다
경희대, 중앙대, 서강대, 동국대 등 많은 대학이 자연계 논술에서 영어 제시문을 활용했다. 올해 심층면접에 논술 형식을 도입한 건국대는 자연계 논술에서 ‘antibiotics(항생제)’라는 단어가 들어간 영어 지문을 출제했다. 서강대는 미분의 원리를 설명하는 영어 제시문을 보여준 뒤 요약하라고 했다. 자연계 논술에서 영어 문장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석하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수리논술 작성 4계명▼
8일 수시 1학기 논술시험이 열린 고려대에서 수험생들이 답안지를 작성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수리논술은 인문계 논술이나 심지어 다른 과학논술과도 답안 작성법이 다르다. 많은 자연계 학생이 실수를 하거나 어이없는 감점을 당하기도 한다. 홍성복 고려대 수리논술출제위원장에게 ‘올바른 수리논술 작성법’을 들었다.
1.풀이는 단계적으로
수학은 논리다. 어떻게 답을 쓸지 파악한 다음 단계적으로 풀이를 써야 한다. 많은 학생이 답안을 뒤죽박죽으로 쓴다. 수식의 앞뒤를 섞으면 논리 전개가 잘되지 않는다.
2.질문을 빼먹지 말자
질문을 잘 읽자. 2개 이상의 질문을 한꺼번에 할 때가 있다. 생각보다 많은 학생이 질문 일부를 빼먹는다.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이 옳아도 감점을 당한다. 문제를 푼 다음에 모든 질문에 답을 썼는지 살펴본다.
3.‘학원 공식’ 쓰지 마라
단순한 계산에 이상한 공식을 쓰는 학생들이 있다. 대부분의 학원에서 배운 공식인데 쓸데없는 공식이다. 답을 맞히고도 감점을 당할 수 있다. 교과서 공식이면 충분하다.
4.도표와 그림 속 숫자를 틀리지 말자
수리논술인 만큼 도표나 그림이 들어간다. 간혹 도표나 그림 속 숫자가 본문 숫자와 다를 때가 있다. 풀이의 전개 과정과 도표 등을 비교해 올바른 숫자를 넣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