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강원 화천군의 ‘감성마을’로 이사 가는 이외수 씨. “거기 가면 자연을 주인으로 삼는 나라를 만들겠다. 두꺼비 멧돼지를 장관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제가 보기에 우리 땅 위엔 세상과 정신병원, 모월동(慕月洞) 이렇게 세 부류의 장소가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보면 정신병원이 ‘장외(場外)’지만, 정신병원 사람들이 보면 세상이 장외지요. 둘 다를 넘어선 데가 모월동입니다. 달을 사모하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는 뜻입니다.”
소설가 이외수(李外秀·59) 씨가 23일 3년만에 쓴 장편소설 ‘장외인간’(해냄) 출간에 맞춰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 얘기다. 이 소설은 어느 날 달(月)이 사라져 버린다는 가공의 상황이 벌어진 뒤 생기는 일들을 다뤘다. 여기서 달은 사람들의 감수성이나 낭만주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읽힌다.
이 씨는 “인터넷에서 별의별 걸 다 찾아보는데 세상이 삭막하게 돌아가더라. 특히 초딩(초등학생)들이 얼마나 설치면 ‘초딩 박멸’이라고 격문처럼 써 붙인 모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아래위도 없이 험하게 욕하고 대드는 누리꾼(네티즌)이 나중에 알고 보면 초딩이어서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장외인간’에 나오는 사람들은 안식처로서 모월동을 찾아가는데 이 씨 자신은 33년 동안이나 산 강원 춘천을 떠나 11월 화천으로 이사를 간다. 그는 “홍보대사처럼 일해 주었던 화천군이 문학연수원, 전시관, 야외무대를 갖춘 ‘다목리 감성마을’을 여는데 내가 살 집도 거기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목리 감성마을’의 촌장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발전소가 많은 화천에 ‘감성 발전소’를 세울 겁니다. 여기선 자연이 주인이고 사람이 손님이 될 것입니다.”
‘기인(奇人) 작가’답게 그는 지난 2년간 주말마다 문학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달의 지성체’와 채널링(영적인 교류)을 해왔다고 말했다.
“중국 인구만 한 이들이 달의 지하에 산다고 우리가 접촉한 ‘의식’이 전해줬지요. 이런 걸 내놓고 말해도 될는지 모르겠는데, 하지만 실제 그렇게 했어요. 내 소설이 비과학적이라고 말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엄연히 내가 보고 있는 현실을 담고 있습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