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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에서]자기 오류에 빠진 ‘광복 60주년 기념위’

입력 | 2005-08-24 03:05:00


전남 나주시를 흐르는 영산강. 이 강의 이름이 조선을 식량기지로 수탈했던 일제가 남긴 흔적이라며 이를 ‘일제문화잔재 바로알고 바로잡기’ 시민제안 공모의 으뜸상으로 선정했던 문화관광부 광복 60주년 기념문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황병기)가 18일 이를 취소했다. 선정한 지 불과 1주일여 만이다.

영산강이 일제 잔재라는 60주년 기념위의 발표 후 나주시민들과 사학자들은 즉각 문제제기에 나섰다. 조선왕조실록은 물론이고 조선시대 실학자 이긍익이 남긴 ‘연려실기술’ 등 조선시대 문헌 곳곳에 영산강이라는 이름이 기록돼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지적이 잇따르자 광복 60주년 기념위는 17일 고증심의회의를 다시 열어 ‘제안의 오류, 고증의 미비, 수상자의 고사’를 이유로 선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선정 및 재고증, 이에 대한 대 국민 홍보 전 과정이 석연치 않다. 606건의 제안에 대해 60주년 기념위는 두 달에 걸쳐 고증심의를 거쳤다. 60주년 기념위의 설명에 따르면 제안자는 “강 이름에 대한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 차원의 지적이 본의 아닌 실수로 번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60주년 기념위는 선정을 취소하면서도 “영산강 관련내용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점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제안의 전반적 취지는 사업 목적에 손색이 없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실(史實)에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취지는 옳았다는 주장이다. ‘바로알고 바로잡기’라는 사업명이 무색해지는 역사인식이다.

으뜸상 선정결과를 발표하며 문화부의 공식 브리핑을 이용했던 것과는 달리 선정 취소는 60주년 기념위 홈페이지(http://www.i60.org/)의 ‘일제문화잔재 바로알고 바로잡기’메뉴를 통해서만 공지했다. 역사를 바로잡겠다면서 자신의 오류 인정에는 군색한 60주년 기념위다.

정은령 기자 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