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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화제 영화 ‘외출’ 주인공 배·용·준

입력 | 2005-08-25 03:09:00

영화 '외출'에서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과 새로운 사랑 사이에 놓인 남자 '인수'를 연기한 배용준. 그는 '외도는 특별한 사랑이라기보다는 특별한 경험'이라며 '나는 아직도 영원한 사랑을 꿈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2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30층에서 배용준(33)을 만났다. 배우자들의 불륜을 알게 된 인수(배용준)와 서영(손예진)이 나누는 금지된 사랑을 담은 허진호 감독의 영화 ‘외출’(9월 9일 개봉)의 촬영이 끝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그는 아직도 ‘인수’에게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했다.

―영화 속 ‘인수’는 아내를 믿었다가 배신당해요. 실제로도 여자를 완전히 믿는 편인가요.

“네. 전 여자를 믿어요. 처음엔 영화를 이해 못 했어요. 저 같으면 아내의 배신이 준 충격이 너무 커서 ‘인수’처럼 다른 어떤 것(사랑)이 보이지 않을 텐데 말이죠. 저 자신 그런 사랑(외도)에 공감 못 해요. 그건 특별한 사랑이 아니라 특별한 경험이죠. 아직도 (극중 배우자의 배신에) 답답한 감정을 소화하지 못한 것 같아요.”(배용준은 갑자기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였다.)

―전 여자는 의심하고 봐요.

“사랑이 퇴색하는 순간은 상대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배신당할 때예요.”

―‘인수’처럼 ‘외출’을 경험한 적 있나요?

“(웃으며) 그런 적 없어요. 이 영화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런 경험이었어요.”

―베드신이 더 화끈했다면 좋았을 텐데요.

“자극적이지 않았으면 했어요. 기쁨보다는 슬픔과 고통과 불안감을 안고 있는 베드신이니까요.”

―베드신에서 근육질 몸매가 너무 좋아서 오히려 비현실적이었어요.

“(웃으며) 그게 아쉬운 부분이에요. 서로 상대의 몸을 만지는 것 자체가 어떤 감정을 보여주는 건데, 이건 어찌 보면 감정이 아니라 몸만 보여주는 것 같잖아요.(웃음) 어쩔 수 없어요. 그게 배용준이고 그게 ‘인수’였으니까요.”

―그런 몸을 만드는 건 고통스럽죠.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피자나 자장면 같은 걸 못 먹으니까요.”

―용준 씨가 웃으면 여자들이 다 뒤로 넘어가요.

“모르겠어요.(웃음) 부모님께 감사해야 할 일이죠.”

―‘한류스타’가 됐지만 ‘배용준’을 일본에 빼앗기는 느낌도 들어요.

“전 정치인이 아니에요. 배우로서 문화교류를 해요. 마음과 마음을 섞는 일을 해요. 대만에 가서도 느낀 거지만 반한류 움직임이 있어요. 우리 스스로 너무 많은 문화를 여과 없이 수출하려 하고 상업적으로 접근하려다 보니까 생기는 일이죠. 국내 미디어들도 ‘한류’를 ‘중국 정벌’이니 하는 식으로 한 방향으로만 다뤄서 아쉬워요. ‘아시아류’를 만들어야죠.”

―일본에서의 영향력은 언제까지 갈 걸로 보나요.

“지금 살기도 힘들어요.(웃음)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현재를 즐기고 이 순간에 만족하고 싶어요.”

―점점 손에 잡히지 않는 왕자처럼 느껴져요. 잠도 안 잘 것 같고.

“맞아요. 저 잠이 없어요. 많이 자면 하루 여섯 시간? 피곤할 때는 서너 시간 자고 눈 떠요. 매니저들이 힘들어하죠. 촬영 끝내고 오전 6시에 들어왔는데 11시면 밥 먹으려고 하니까.(웃음) 왕자요? 그게, 어쩔 수 없어요. 전 제가 어떤 틀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생각도 해요. 사람들이 저에게 바라는 것들을 충족시키려고 하는 과정에서 저 스스로 만들어지는 거죠. 근데 그걸 모른다면 문제가 되는데, 전 그걸 알아요.”

―가장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건요.

“거짓말이 가장 싫어요. 진실하고 성실한 거 좋아하고, 또 커피 좋아해요.”

―그렇게 많이 번 돈은 어디에다 쓸 건가요.

“기부하는 건 당연하고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돈을 쓸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만 원짜리 한 장이 없어 친한 친구한테 생일 선물을 못 사준 적도 있어요. 이젠 그런 걸 할 수 있죠.(웃음)”

―좋아하는 여성상이 있다면요.

“예전엔 외모나 성격이었어요. 지금은 평생 함께할 수 있는 여자가 좋아요.”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니 일본 중년 여성 세 명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돌처럼 앉아 4시간째 ‘용사마’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용사마와 진짜로 만났느냐”고 기자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했다. 그들은 “오!” 하면서 기자를 ‘용사마’라도 되는 양 쳐다보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