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올댓시네마
겨우 13만 달러(약 1억3000만 원)를 들여 만든 초저예산 스릴러 영화 ‘오픈 워터(Open Water)’는 문자 그대로 ‘기름기를 쪽 뺀 공포’를 경험하게 해 준다. 무슨 말인가 하면 ‘엄청난 특수효과’니 ‘떼거리로 덤비는 외계인’이니 하는 돈 냄새 팍팍 나는 ‘공포 치장’에 너무 익숙해져 버린 데다 ‘극적 반전’의 홍수에도 진저리를 치는 요즘 관객에게, 이 영화는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내던 ‘공포의 기본’을 충실히 보여 준다는 것이다. 망망대해에 둥둥 떠 있는 인간 둘, 그리고 그 밑에 우글거리는 상어, 이런 단출한 재료로도 공포는 충분히 만들어진다.
바쁜 도시 생활을 벗어나 스쿠버 다이빙 여행을 떠난 대니얼(대니얼 트래비스)과 수잔(블랜차드 라이언) 커플. 스쿠버 다이빙을 하고 난 뒤 수면으로 올라온 이들은 홀로 버려진 자신들을 발견한다. 가이드의 실수로 배가 떠나버린 것. 상어가 한두 마리씩 모여들어 대니얼의 다리를 슬쩍 물어뜯고, 피 냄새를 맡은 상어들이 미친 듯 몰려든다.
‘오픈 워터’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영화가 상어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상어는 ‘조스’처럼 무지막지하게 크고 광포하지도, ‘딥 블루 씨’의 상어처럼 유전자 조작으로 특별한 지능을 지닌 것도 아닌 아주 평범한 상어들이다.
이들은 ‘짠’하고 드라마틱하게 등장하지도 않으며, 가슴을 쿵쾅거리게 만드는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울 생각도 없다.
영화는 궁금할 정도로 음악을 자제하고 침묵을 지키며 두 남녀를 건조하게 ‘내버려 둔다’. “내 발밑에 뭐가 있는 지를 모르겠어!”하는 주인공의 외침이 그러하듯 등장인물도 관객도 바다 밑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것, 이게 바로 이 영화가 차갑고 잔혹한 이유다.
1998년 호주의 바다에서 실종된 미국인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보다 사실 더 섬뜩한 건 영화 촬영을 둘러싼 뒷이야기다. 이 영화는 리얼리티를 위해(그리고 돈이 모자라서) 컴퓨터그래픽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진짜’ 상어 40∼50마리를 배우들 주변에 ‘진짜로’ 풀었다고 한다. 게다가 크리스 켄티스 감독은 촬영을 위해 바하마 해변에서 20마일이나 떨어진 바다 속에 두 주연배우를 120시간 동안 집어넣었다고. 정말 상어보다 더 독한 게 사람 같다. 26일 개봉. 15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