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외주제작사가 2003년 KBS 간부 등 직원에게 돈과 상품권을 건넸다는 의혹이 제기돼 KBS의 내부 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KBS와 내부 단체가 하루 만에 4건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KBS는 25일 성명서를 내 “자체 조사한 바로는 일부 신문에서 주장하는 대로 S외주제작사가 ‘야외비’ 명목으로 PD와 카메라맨에게 금품 제공을 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KBS 제작진은) 2003년 9월 윤리강령이 시행된 이후 상식선의 작은 선물도 모두 돌려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성명서를 낸 KBS PD협회는 “외주제작사가 KBS 간부들에게 2003년 설날 수백만 원대의 상품권을 줬다는 것은 당사자들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하는 것 등을 볼 때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저녁 KBS 드라마국 평PD협의회도 성명서를 내고 “일개 외주제작사 전 직원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근거로 전체 PD를 비리 집단으로 몰아서는 안 된다”며 일부 언론보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한편 KBS 노조(위원장 진종철)는 이에 앞서 24일 “회사는 보도 내용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노조는 “이런 문제가 내부 자정기능이나 감사에서 적발되지 못하고 외부에서 제기된 것이 안타깝다”고 강조했다.
KBS 관계자는 “KBS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마치 보도 내용을 인정하는 것처럼 비친다는 PD들의 불만에 따라 성명서를 낸 것”이라고 경위를 밝혔다. KBS는 당초 TV제작본부 명의로 성명을 냈지만 KBS 전체 명의로 바꿨고 이날 9시 뉴스에서도 성명 내용을 보도했다.
외주제작사의 금품수수설에 대한 KBS 감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건의 시비가 분명히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내 각 단체가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약속이나 한 듯 내는 것은 볼썽사나운 변명으로 들린다.
MBC는 19일 로비스트 홍모 씨의 검찰 경찰 언론 로비 사건과 관련해 MBC 간부와 기자들이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자체조사를 벌인 뒤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인 20일 당사자들이 경찰에서 돈을 받았다고 시인하는 바람에 망신을 갑절로 당했다.
사장의 재가까지 받은 방송사의 성명서는 진상부터 규명한 뒤 내도 늦지 않다. KBS는 올해 들어 다양한 사고 때문에 잇따라 사과를 했다. 그나마 자신들의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는 신중하게 의사를 표명하는 것이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