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작은 손 망치와 숟가락으로 몇 년에 걸쳐 자신의 감방에서부터 탈옥용 터널을 파낸 탈옥수가 나온다.
이 영화 같은 일이 올해 3월 이라크 동남쪽 쿠웨이트 접경지대에 미군이 세워놓은 부카 수용소에서 실제 벌어질 뻔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탈옥의 주인공은 부카 수용소의 제5동에 수용돼 있던 이라크인 포로들.
이들은 모래 위에 나무 마루를 대고 친 대형 막사에 수십 명 단위로 수용돼 있었다. 이들은 올 초부터 거사일로 잡은 3월 24일 직전까지 땅굴을 팠다. 주로 오전 1시부터 아침 점호 전까지 텐트용 철 기둥으로 땅을 팠고, 19L 크기의 물통으로 흙을 퍼냈다. 5분 단위로 교대작업을 벌였다. 1일 평균 진척도가 90cm에 머물 정도로 소리 없이 진행했다.
수감자들은 바닥의 마루를 뜯어낸 뒤 먼저 수직으로 4.5m 깊이로 파 내려갔다. 이어 수용소 철조망 밖 참호가 있는 곳까지 107m를 수평으로 팠다. 사막지대이기 때문에 터널 모래 벽면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흙에 물과 급식 받은 우유를 개어 벽에 매끄럽게 발랐다.
파낸 모래흙은 수감자들이 낮 시간에 축구경기를 하는 운동장에 몰래 뿌렸다. 이렇게 뿌려진 흙이 8주 동안 100t에 이르렀다. 터널공사가 완료되면서 수용소 담 바깥 탈출구는 모래 색깔로 칠한 마분지로 덮어 위장했다.
미군 관리부대는 수상하다는 낌새만 차렸지 뭐가 문제인지 콕 집어내진 못했다. 맨눈으로는 느끼지 못했지만, 인공위성 사진에 나타난 운동장 색깔이 수시로 변했다. 또 샤워기와 이동식 변기가 흙으로 막혔고, 터널을 뚫은 제5동에서만 유독 물 사용량이 급증했다.
결국 이들의 계획은 내부 고발 때문에 적발됐다. 그러나 이 고발자는 “탈출용 터널이 뚫리고 있다”고만 말할 뿐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않아 미군 당국의 애를 태웠다. 그러다 그는 3월 23, 24일경 마침내 “48시간 내에 거사가 이뤄진다”며 텐트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