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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권원태]‘100년만의 무더위’ 예측 왜 틀렸나

입력 | 2005-08-27 03:05:00


요즘 기후 예측에 관심이 매우 높은 듯하다. 미래의 날씨나 기후를 안다면 기후에 적합한 제품을 미리 만들어 판매할 수 있고, 농업 또는 수산업에도 활용하며, 휴가나 레저활동을 좀 더 쾌적하게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올해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제임스 한센 박사는 지속적인 지구온난화의 추세와 더불어 올해는 강력한 엘니뇨(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것)가 예상돼 기온이 사상 최고였던 1998년의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NASA는 1998년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사상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급등한 것은 그해에 엘니뇨가 강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러한 한센 박사의 관측이 우리나라에서는 ‘100년 만의 무더위’라고 확대 해석돼 에어컨 구매가 급증하는 등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올해 7, 8월 평균기온은 평년 수준을 유지했다. 여름 평균기온이 1973년 이후 12위로 ‘100년 만의 무더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구 평균기온은 지구 전체의 기온을 장기간에 걸쳐 평균한 개념이다. 따라서 평균기온이 높다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계절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6월 지구 평균기온이 사상 최고라는 일본 기상청의 분석이 한센 박사의 예측의 신빙성을 뒷받침해 주는 건 사실이지만 ‘100년 만의 무더위’라는 확대 해석은 결국 빗나간 셈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기후예측이 사회 경제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본다.

오늘, 내일의 날씨 예측은 기상청에서 수치 예보를 시작한 1990년 이후 정확도가 급격히 상승해 왔다. 좀 더 먼 미래 시점을 다루는 기후예측은 날씨 예측보다 정확도가 떨어진다. 둘 다 유사한 방법을 사용하지만 예측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2, 3주 후의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기술로선 불가능하다. 그러나 특정 일, 특정 장소에 대한 날씨 예측과는 달리 특정 기간, 특정 지역에서 날씨가 어떠한 패턴이나 특성을 나타낼 것인지를 예측하는 기후예측은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기후예측은 태양 에너지, 해양, 지표 등의 변화가 기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기후예측은 관측-분석-모델-해석 등의 단계로 구분되는데 관측을 바탕으로 지구상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관측은 지표뿐 아니라 수십 km 상공과 바다의 상태, 빙하의 위치와 크기 등 광범위한 내용을 포함한다. 이 관측 자료를 초기 조건으로 슈퍼컴퓨터에 입력한 뒤 지구 기후를 시뮬레이션하는 기후 모델을 사용해 미래 기후를 예측하는 것이다.

지구는 넓다. 지구 곳곳의 관측 정보는 기상통신망을 통해 한 곳으로 모아지고 필요로 하는 곳으로 다시 전달된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하더라도 통신망의 속도는 이러한 막대한 양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초고속통신망은 방대한 분량의 관측정보가 불과 수시간 내에 전 세계에 전달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이제는 세계 곳곳에서 어떠한 기상현상이 일어나는지 즉시 알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또한 슈퍼컴퓨터의 초고속 계산 능력이 없다면 짧은 시간 안에 수개월 또는 수십, 수백 년 뒤의 미래 기후를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며칠 뒤의 날씨뿐만 아니라 몇 달 뒤의 기후, 그리고 수십 년 뒤의 기후 변화 등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를 생산해 내는 게 가능해졌다. 하지만 기후예측의 정확성이 계속 향상되기를 기대한다면 관측, 통신, 컴퓨터, 모델, 이론 등 모든 것이 첨단을 달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권원태 기상연구소 기후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