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KBS ‘참여정부 2년 6개월, 노무현 대통령에게 듣는다’ 토론회에 출연한 뒤 가진 오찬에서 토론회 때 공개적으로 하지 못한 소회를 털어놓았다. 오찬을 함께한 사람은 정연주(鄭淵珠) KBS 사장, 사회자 정관용(鄭寬容) 씨와 패널로 참여했던 김광두(金廣斗)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김석환(金錫煥)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호기(金晧起)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정대화(鄭大和) 상지대 정치학과 교수와 청와대 관계자 등 17명이었다.
오찬 참석자들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는 절박한 심정을 진솔하게 드러냈다는 것. 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일하기 힘들다. 평소 하고 싶은 것을 국회가 못하게 하고 소수 정권으로 힘이 없으니까 의미 없는 일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대통령 직을 그만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함부로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내각제인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처럼 모든 걸 걸고 승부할 수도 없어 답답하다. 만날 욕만 먹고 사는 것도 지친다”고 심경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의 역할에 대해서는 일면 긍정하면서도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한 대통령수석비서관이 “정부가 하는 일을 언론이 잘 몰라줘 억울하다. 언론이 현 정부에 유독 심한 것 아니냐”고 하자 노 대통령은 “언론이 정부에 비판적인 것은 노태우(盧泰愚) 김영삼(金泳三) 김대중(金大中)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언론이 내 개인의 인격을 희화화하는 것은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는 것.
노 대통령은 연정(聯政) 제안에 대해서도 국민이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연정은) 대통령으로서 지역구도를 타파하자는 것이다. 이걸 없애면 정치가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단순한 뜻인데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지역구도 타파는 역사의식을 갖고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 얘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이 문제 해결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고 전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