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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회항’ 어린 생명 구했다

입력 | 2005-08-27 03:05:00


대한항공 017편이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 시간은 25일 오후 3시 18분. 승객 363명을 태우고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여객기였다.

비행기가 이륙한 직후 어머니와 함께 탔던 이 제시카(5·재미교포) 양이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열이 40도까지 올라가더니 3분 뒤에는 의식을 잃었다.

승무원들이 산소마스크를 씌우는 등 응급조치를 하고 승객인 모 대학병원 의사가 진료에 나섰다. 진료를 받은 이 양은 눈동자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경직됐던 팔다리가 풀렸다.

하지만 기압 상승으로 인해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의사 소견에 따라 이정훈(48) 기장은 기수를 돌리기로 결정했다. 강원 원주시 상공에서였다. 사정을 들은 승객들도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그러나 인천공항으로 돌아가려면 비행기 중량을 줄여야 했다. 인천∼로스앤젤레스 노선에 투입되는 B747 기종의 최대 이륙중량은 388.7t이지만 최대 착륙중량은 285.7t.

착륙할 때 랜딩기어가 활주로에 닿으면서 100t에 가까운 충격이 더해지므로 안전을 감안해 항공기 중량을 줄이도록 돼 있다.

여객기는 ‘항공유 방출구역’인 강원 강릉시 앞바다 상공을 1시간 반가량 선회하면서 73t(4000만 원어치) 분량의 기름을 내뿜었다. 항공유를 바다에 쏟아 붓는 게 아니라 조금씩 분사해 공중에서 자연증발토록 하는 것.

오후 5시 10분경 인천공항에 착륙한 017편은 이 양과 어머니를 내려준 뒤 1시간 만에 다시 미국으로 떠났다.

이 양은 인천공항 내 인하대병원 의료센터에서 3시간 정도 치료를 받은 뒤 26일 서울 시내 종합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다. 이 양은 정밀진단 결과를 본 뒤 미국행 일정을 다시 잡을 계획.

이 양의 어머니 우정아(34) 씨는 “다른 승객들에게 너무 송구하고,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항공사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