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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화제! 이사람]‘훈련비 고민’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

입력 | 2005-08-31 03:06:00

“한국이 만약 내년 카타르 아시아경기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일본에 뒤진다면 한국 엘리트스포츠는 당분간 재기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하는 이에리사 촌장. 선수들을 위해서라면 ‘열심히 울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이종승 기자


큰일 났다. 태릉선수촌이 ‘울고’ 있다. 한때 하루 450명의 국가대표선수가 북적였던 이곳이 요즘엔 하루 250명 정도가 겨우 훈련을 하고 있다. 이유는 훈련비 부족 때문. 올 예산 98억 원은 일찌감치 바닥이 났다. 지금은 다른 곳에서 17억 원을 급히 돌려쓰고 있지만 이것조차 얼마 안 있으면 모자라는 상황.

4월 사상 첫 여성 수장으로 부임한 이에리사 촌장(51). 그는 요즘 잠이 안 온다. 흰머리가 부쩍 늘었다. 25일 혼자 속을 태우고 있는 그를 선수촌에서 만났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라도 벌일 참입니다. 그래도 안 된다면 역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과 함께 길거리에 나가 국민에게 직접 호소를 해야죠. 이대로라면 올 하반기 2개월은 동계올림픽 참가 4개 종목을 빼놓곤 사실상 훈련을 중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대부분 종목은 한 달에 15일만 훈련을 하며 비상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가대표선수는 45개 종목에 모두 1203명. 올 훈련비 98억 원은 이들이 105일(3.3개월) 동안 입촌 훈련하는 것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실제 이 비용으론 턱없이 모자라 지금보다 60억 원은 더 있어야 훈련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실정. 10월 마카오 동아시아대회와 내년 2월 토리노 동계올림픽, 12월 카타르 아시아경기대회를 앞두고 앞이 캄캄하다.

“이미 8월부터 남자핸드볼, 배구, 당구, 야구, 보디빌딩, 카누, 사이클, 승마, 골프, 럭비, 근대5종, 소프트볼, 스쿼시, 트라이애슬론, 세팍타크로, 아이스하키, 요트, 컬링이 훈련을 하지 못하고 있고 10월부터는 육상, 수영, 여자체조, 농구, 축구, 공수도, 조정, 하키, 볼링, 정구, 테니스, 우슈, 댄스스포츠가 훈련종목에서 제외됩니다.”

이 촌장은 “명색이 ‘금메달의 산실’인 태릉선수촌 훈련비가 프로스포츠 1개 구단의 예산보다 적을 수 있느냐”며 목청을 높인다. 금메달 딸 때는 ‘난리법석’을 떨다가도 좀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무관심한 정치권에도 서운하다. 그뿐인가. 훈련 환경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배구 유도 훈련장인 승리관(1973년 건축)이나 보조 웨이트트레이닝장인 감래관(1978년 건축)은 너무 낡아 외벽에 금이 가고 장마 땐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또 남자선수 숙소는 습기가 자주 차서 개보수가 시급합니다.”

이 촌장은 1973년 유고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 여자 단체전 우승 주역. 누구보다도 선수들의 심리를 잘 안다. 공부 잘하는 대표선수도 많아 흐뭇하다. 운동선수는 ‘사기’를 먹고 산다. 하지만 사기를 올려 주기는커녕 훈련비조차 없으니 선배로서 참담한 생각이 들 뿐이다.

이래저래 요즘 이 촌장은 속에서 천불이 난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