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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새 주말드라마 ‘신돈’ 中사막서 고행장면 촬영

입력 | 2005-09-01 03:04:00

MBC TV 드라마 ‘신돈’의 주인공을 맡은 손창민이 중국 촬영 현장에서 사막 더위에 괴로워하는 신돈의 모습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 MBC


닿는 것은 모두 태워버릴 듯한 강렬한 태양볕, 입자가 너무 고와 걸을 때마다 발이 푹푹 빠지는 고운 모래…. 사막 능선에서 새로 태어난 신돈이 폭염과 싸우며 묵묵히 걷고 있었다.

지난달 30일 오전, 중국 베이징에서 서북쪽으로 약 100여 km 떨어진 허베이(河北) 성에 마련된 MBC TV의 새 주말드라마 ‘신돈’(극본 정하연·연출 김진민·24일 방영)의 중국 현지 촬영현장. 모래언덕에 올라가 주위를 둘러보면 온통 푸른 초원이다. 하늘에서 한 부분에만 모래가 내렸다는 의미로 지역 이름은 톈모(天漠).

‘신돈’은 월탄 박종화의 ‘다정불심(多情佛心·1940년)’을 원작으로 삼은 드라마. 공민왕의 측근이자 한국사에서 권모술수에 능한 요승, 타락한 중의 대명사로 알려진 신돈을 극의 중심에 뒀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에서 신돈은 귀족 등 기득권층에 맞서 민중을 등에 업고 과감한 개혁을 시도한 인물로 재조명 된다. 이 때문에 드라마 시작 전부터 현재 한국사회의 정치상황을 빗댄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신돈 역은 탤런트 손창민(40)이 맡았다. 사극 출연은 ‘춘향전’(1988년) 이후 처음.

“‘불량주부’에 출연 중일 때 제의가 들어왔어요. 완강히 거절했지만 ‘나의 짝사랑을 정말 안 받아 줄 거냐’는 정하연 작가의 설득으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는 “신돈이 되기 위해 조계사에 가서 108배도 하고 소양교육을 통해 여러 가지를 익혔다”고 말했다.

이날 촬영 장면은 신돈이 동료인 원현(오만석), 지효 스님(전태성)과 깨달음을 얻고자 티베트로 가기 위해 사막을 지나는 신. 장발에 거친 수염, 흑갈색으로 그을린 피부, 이마와 코 밑 여기저기 모래가 붙은 손창민의 모습은 고행하는 승려 그대로였다.

“머리라도 시원하면 좋을 텐데, 신돈은 천민 출신이라 고려시대에는 정식 승려가 될 수 없는 인물이죠. 파계승이기 때문에 머리를 자를 수 없어요. 이거(머리카락) 가발만 앞, 뒤, 위 3개예요. 이마 보세요. 처음에는 탄 얼굴을 만들려고 잔뜩 분장을 했는데 지금은 안 해도 될 정도예요.”

사막 촬영이 끝나자마자 손창민은 재빨리 촬영장에서 300m 떨어진 지역관리실로 들어간다. 고생을 전혀 안한 듯한 하얀 얼굴의 공민왕 역 정보석(43)이 하얀 귀족 옷을 차려입고 웃고 있었다.

“그렇게 보지마세요. 저도 고생 많았습니다. 하루 종일 말 타는 장면을 찍어 엉덩이가 다 까졌어요. 지금도 엉덩이가 쓰라립니다.(웃음)”

한쪽에선 공민왕의 아내인 원나라 위왕의 딸 노국공주 역의 서지혜(21)가 화장을 고치느라 분주하다.

“아직 사극이 어색하지만 서서히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이에요. 주로 ‘와호장룡’의 장쯔이, ‘영웅’의 장만위 등을 연구했습니다. 노국공주는 원나라 출신이지만 오히려 고려인의 입장에서 중국과 싸우는 당당하고 야망에 찬 여장부 캐릭터거든요.”(서지혜)

잠시 더위를 식히던 손창민은 “천민으로 태어나 왕에 버금가는 자리까지 오르는 인간 신돈의 삶과 그가 추구한 개혁 의지를 제대로 전달하겠다”며 다시 뙤약볕 아래로 향했다.

허베이=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