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SD 마크 팀니 대표(오른쪽)와 부인 미셸 씨가 취미로 함께 즐기고 있는 킥복싱 자세를 취했다. 샌드백을 치던 아들 에이든이 촬영시간이 길어지자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다. 변영욱 기자
《다국적 제약 기업인 미국 머크 사의 한국 법인인 ‘한국MSD’ 마크 팀니(41) 대표가 종종 곤혹스럽게 여기는 질문이 있다.
“축구와 일 가운데 어느 게 더 중요합니까.” “축구와 일 가운데 어떤 게 더 힘듭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 그는 축구 종주국 영국 출신인 데다 대학 때까지 선수로 뛰면서 스포츠 마케팅을 전공했다. 축구 코치 자격증도 갖고 있는 그는 한동안 영국 미국 호주에서 축구팀 코치로 활동했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팀의 골수팬이다. 그는 ‘호주 MSD’의 트레이너였던 부인 미셸(36) 씨와의 사이에 아들 에이든(3)을 두고 있다. 25일 서울 마포의 사무실과 성북구 성북동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 축구에서 배웠다
“영국인들에게는 때로 축구가 종교나 일보다 중요하다. 세 살 때부터 공을 차기 시작한 나도 축구와 분리될 수 없다. 축구가 일보다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감출 수 없다.”
축구는 그의 인생을 꽃피우게 하는 샘터 같다. 축구를 통해 얻은 조직 관리나 대인 관계 등 여러 경험이 기업과 가정 생활의 버팀목이 된다는 것이다.
“축구팀 코치와 조직의 리더, 집안의 가장에게 필요한 자질은 비슷하다. 모두 구성원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고,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누군가 자기 역할에 대해 모를 때는 직접 지시하고 일을 나눠 줘야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의 수준이 전문적이라면 그럴 필요가 없다. 전문가들은 혼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길 원한다.”
○ 가족은 가장 중요한 ‘팀’이다
그를 둘러싼 여러 ‘팀’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다.
집에서도 ‘코치’를 자임하는 그는 “내 가족은 모든 것보다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나의 퍼스트 원칙은 가족 우선이다. 이것만 지켜진다면 사무실 다이어리에 아무리 많은 일정이 있어도, 일은 즐겁고 쉬워진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특히 스포츠 마니아라는 공통 분모를 지녔다. 남편은 축구 외에도 스카이다이빙, 번지점프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부인은 수영 요가를 즐긴다. 그러다 요즘에는 부부가 함께 킥복싱에 빠졌다. 4개월 전부터 주말 오전 7시경 체육관에서 샌드백을 치고, 화끈한 스파링으로 흠뻑 땀을 흘린다.
“함께 여러 운동을 즐겼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운동을 배우기로 했는데 그게 킥복싱이다. 몸이 부딪히는 격렬함이 좋다. 유연성이 좋은 아내가 나보다 고수(高手)다.”
부인 미셸 씨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주고받듯이 서로 배워가는 과정이 가족의 팀워크를 빛나게 한다”며 “가족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택 정원에 ‘팀니 팀’이 한데 모였다. 팀니 ‘코치’는 “아들이 아내를 닮아 금발에 파란 눈으로 잘 생겼다. 요가로 다져진 아내의 유연성도 배웠으면 좋겠다”며 “그러나 무엇을 하든지 아이가 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좋은 회사는 가족을 행복하게 만든다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스티븐 제라드(리버풀)의 탁월한 리더십을 좋아한다는 팀니 대표는 매일 오후 6시까지는 퇴근하려고 한다. 그 대신 일은 아침 운동이 끝난 오전 7시 반경에 시작된다. 가족이 행복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CEO가 하루 16시간 일을 한다면 사원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자기 일을 끝냈다면 누구라도 하루 4시간이나 5시간만 일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이다. 일과 생활(Work and Life)의 균형이 중요하다.”
이 회사는 매주 금요일을 1시간 일찍 퇴근해 가족과 지내도록 배려하는 ‘패밀리 데이’로 정했고, 개인적 여건에 따라 업무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근무시간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다. 1세 미만의 아이가 있는 직원은 1시간을 줄여 7시간, 임신한 직원은 한 달간 오전 근무만 해도 된다.
미국 본사도 사원을 위한 기업 문화 조성과 이익의 사회적 환원을 강조해 오고 있다. 미국 본사는 경제격주간지 ‘포천’이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서 7년 연속 1위(1987∼93년)를 차지했고 한국MSD도 각종 취업 설문 조사에서 대학생이 선호하는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가족을 행복하게 만드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운명이 어떻게 다를지는 분명하다. 주 5일제 정착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