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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논술잡기]‘과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

입력 | 2005-09-03 03:04:00


◇과학 교과서, 영화에 딴지 걸다/이재진 지음/256쪽·1만2000원·푸른숲(2004년)

문학은 많은 교훈과 감동을 준다. 그러나 문학은 동시에 인내심과 사고력을 요구하기도 한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이라도 입에 쓰면 먹기 힘든 법. 재미와 즐거움이라는 달콤한 사탕을 발라 문학의 교훈과 감동을 전하겠다는 문학 당의정설(糖衣錠說)이 등장한 배경은 이렇다.

‘요리로 만나는 과학’이니, ‘영화로 보는 과학’이니 하는 책들이 많아진 사정도 마찬가지다. 과학은 이미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과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고개를 내젓는다. 과학은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고정관념을 어떻게 하면 깨뜨릴 수 있을까? 우리 삶의 가장 일상적이며 가장 보편적인 부분을 이루는 영화를 매개로 과학에 대한 알레르기를 떨쳐 보자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상상력과 창의력의 산물인 영화는 꿈과 현실을, 그리고 현재와 미래를 이어주는 다리다. 그리고 인간의 상상력과 현실이 교차하는 그 어름에서 우리는 영화 속의 과학과 논리를 만난다. 예를 들어 ‘소림 축구’는 별의별 말도 안 되는 슛을 선보이는 코미디 영화다. 하지만 ‘마그누스 효과’와 ‘베르누이의 법칙’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이상한 슛의 존재를 논리적으로 입증한다. 인공위성과 이를 이용한 위치확인시스템(GPS)이라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국가 정보기관이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도청한다는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를 보자. 이 영화는 그야말로 허무맹랑한 이야기 같지만 이 꿈같은 이야기는 어느 순간 눈앞의 현실이 되어 있음을 우리는 신문 기사에서 확인하곤 한다.

영화 속의 비과학적인 사실들이나 논리적 오류들 또한 재미 때문에 놓쳐 버린 과학과 논리를 돌아보게 한다. 인공지능 컴퓨터를 멈추기 위해 그 동력원인 태양을 차단한다는 ‘매트릭스’의 잘못된 가설은 태양의 복사에너지가 인간의 생존에 미치는 역할을 알려 준다. 또 핵폭탄이 터지는 와중에도 키스를 나누는 ‘트루 라이즈(True Lies)’가 ‘진짜 거짓말’임을 아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핵의 위력과 위험성을 실감케 된다.

결국 영화 속에 담긴 과학과 비과학은 우리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고 올바른 지식을 확장하는 계기가 된다. 꿈과 현실을 가려내고 꿈과 현실의 거리를 가늠하는 일은 논리와 비논리가 뒤섞인 일상 속에서 사물과 현상을 바로 보고 합리적 사고를 키워줄 발판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과학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면 이 책은 과학 당의정으로서의 소임을 다한 셈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