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인천/경기]여론광장/잘못 붙여진 지명-역이름 바로잡자

입력 | 2005-09-03 07:41:00


인천 중구 도원동 인천실내체육관 앞길을 걷다보면 전봇대에 높이 달려 있는 길거리 표지판과 만나게 된다.

‘도산 1길, 도산 2길, 도산 3길….’ 일제 때 이 동네의 이름 ‘도산(桃山ㆍ모모야먀)’을 한글로 버젓이 적어 놓은 것. 임진왜란을 일으킨 풍신수길의 시대를 기려 일본인들이 ‘도산시대(桃山時代)’라 일컫는다는 것을 알고 나니 더욱 황당했다.

연수구의 ‘송도(松島)’도 비슷한 경우. 1936년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무공을 세운 군함 ‘송도호(松島號)’의 이름을 따 ‘옥련리(玉蓮里)’를 ‘송도정(松島町)’으로 개칭했다. 지명으로 승전을 고취시켰던 것.

1945년 인천시지명위원회가 ‘옥련동(玉蓮洞)’으로 되돌려 놓았지만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청과 연수구가 신도시 이름으로 ‘송도’를 사용하고 있으니 여간 답답한 노릇이 아니다.

경인전철 ‘도원역’도 몰역사적인 이름의 하나다. 이 일대는 1897년 국내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을 놓기 시작한 쇠뿔고개인 우각리(牛角里)로, 1906년까지 우각역이 자리 잡고 있던 곳이다.

문패를 잘못 달기는 ‘제물포역’도 마찬가지다. 제물포는 원래 개항장으로 지금의 중구청 일원이었다.

1957년 11월 철도청이 인천대 앞에 ‘숭의역’을 신설했다가 2년 뒤 무슨 영문인지 역 이름을 얼토당토않게 ‘제물포역’으로 개칭했다. 그 후 외지 사람들이 종종 제물포역에 내려 월미도가 어디냐고 묻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리고 보니 여기저기 잘못 붙여진 이름이 한둘이 아니다. 역 이름 하나만 따져도 인천역→제물포역, 동인천역→축현역, 도원역→우각역, 제물포역→도화역 등으로 개칭해야 역사적으나 지리적으로 합당하다.

광복 후 우리가 해결하지 못한 정신사적 숙제의 하나가 지역적 정체성의 확립이라면, 무엇보다 먼저 몰역사적인 명칭부터 제대로 고쳐야한다.

조우성 시인·광성고 교사 chow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