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에서 야구의 9개 전 포지션을 소화했다고?
만화가 아니라 현실이다.
5일 열린 톨레도와 인디애나폴리스의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트리플A 정규 시즌 최종전. 주인공은 톨레도의 ‘만능선수’ 케빈 후퍼였다.
디트로이트 산하 팀 톨레도의 후퍼는 이날 1회 포수를 시작으로 8회까지 1루-2루-3루-유격수-좌익수-중견수-우익수로 내외야 전 포지션을 돈 뒤 4-3으로 앞선 9회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세이브까지 올렸다.
9회 등판한 그는 첫 타자 보비 힐을 내야 땅볼, 호르헤 벨란디아를 헛스윙 삼진, 폴 시아프레도를 3루 땅볼로 요리하며 자신의 첫 세이브를 올렸다.
정식 경기에서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톨레도와 인디애나폴리스 두 팀 모두 플레이오프행을 확정지어 부담 없는 상태로 경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
경기 전 감독과 동료 선수들로부터 허락을 얻은 후퍼는 타석에서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9개 포지션을 모두 성공적으로 소화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아쉬운 것은 상대팀 인디애나폴리스의 에디 올스타. 그도 역시 전 포지션 출전에 도전했지만 원래 자기 포지션인 포수를 뺀 8개 포지션을 도는 데 그쳤다. 그는 1회 좌익수를 시작으로 8회 3루수까지 8개 포지션을 옮겨 다녔다. 그러나 초 공격을 한 인디애나폴리스가 지는 바람에 9회 수비에 들어갈 기회를 갖지 못했다. 더욱 원통한 것은 원래 자기의 포지션인 포수만 맡지 못한 것.
순위가 결정된 뒤에도 이런 저런 얘깃거리를 만들어 내는 게 미국의 프로야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