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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여성들 모임 ‘미래회’ 7년째 따뜻한 ‘자선 외출’

입력 | 2005-09-08 03:03:00


《6일 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도심공항터미널 3층 웨딩홀. 유명 디자이너 이영주 씨의 ‘이영주 컬렉션 창립 10주년 패션쇼’의 무대에는 ‘후원-미래회’라고 적혀 있었다. 이 씨는 “패션쇼 수익금을 좋은 일에 쓰고 싶어 전달 창구를 놓고 고민하다 좋은 취지로 투명하게 운영되는 미래회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날 수익금 1000만 원은 미래회를 통해 북한 어린이 돕기 기금으로 사용된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래회는 도대체 어떤 모임일까.》

○ ‘재계 여성’들의 봉사활동 모임

미래회는 기업인의 부인이나 딸, 며느리 등 ‘재계 여성’들의 봉사활동 모임이다. 함께 성경공부를 하던 10여 명이 주축이 돼 1999년 만들어져 현재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연령대는 30∼50대로 다양하다.

현재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나비아트센터 노소영 관장이 회장을 맡고 있다. 한솔제지 이인희 고문의 딸 조옥형 씨, 한솔그룹 조동길 회장의 부인 안영주 씨, 넥스투어 홍성원 사장의 부인 권은정 씨,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며느리 이수연 씨, 신라교역 박준형 회장의 딸 박민정 씨,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의 며느리 박선정 씨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회원 모두 자녀를 둔 어머니들. 자신의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불우한 어린이를 돕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1년에 두 번 정기 자선바자를 열고 이번 쇼처럼 각종 자선행사의 후원도 맡는다. 아나운서 황현정 씨가 진행하고 6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패션쇼의 입장료는 13만 원. 김점선 씨 등의 작품 경매까지 합쳐져 순식간에 1000만 원이 거뜬히 모아졌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추구하다

미래회는 사회적 신분이 높은 층에 요구되는 도덕적 의무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말없이 실천한다는 모토를 갖고 있다. 2003년에는 아름다운재단이 지방 저소득층 청소년의 문화체험을 위해 운영하는 ‘길 위의 희망찾기’ 프로그램에 1억 원을 냈다. 지난해에는 서울 서대문구 냉천동에 부스러기사랑나눔회 아동센터를 만들어 줬다. 해마다 유진벨 재단을 통해 북한 어린이들에게 의료품을 전달하기도 한다.

권은정 씨는 지난해 회원들과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가서 그곳 아동복지기관에 1000달러를 기증했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크레파스를 선물했더니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 우두커니 바라만 보는 게 마음 아프더라고요. 전 세계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됐으면 좋겠어요.”

연간 2억 원의 수익금을 모으는 미래회의 중점 사업 중 하나는 바자.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주로 열리는 정기 바자에는 재계 부인들이 애용하던 가방 신발 장신구 등이 저렴하게 나오기 때문에 행사 시작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리는 여성들까지 생겨났다.

○“편견 없이 봐 주세요”

때로 정계 인사 부인들과 재력을 갖춘 부인들이 ‘인맥 확장’을 목적으로 이 모임에 들어왔다가 순수한 봉사단체라는 것을 알고 탈퇴하는 일도 적잖다. 미래회 회원들은 사무실이 따로 없기 때문에 주로 커피 전문점에 삼삼오오 모여 활동 계획을 논의한다.

김흥남 전 미래회 회장은 “우리는 남들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봉사활동이 가능하다”며 “순수한 뜻이 사회에 왜곡되게 비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