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위기’에서 조폭 가문의 황태자와 강력계 여검사로 코믹 연기를 펼치는 신현준(오른쪽)과 김원희. 사진 제공 무비랩
남도 조폭계의 명문(?)인 백호파의 보스 홍덕자 여사(김수미)에게는 세 아들이 있다. 안정적인 사업에, 효심 깊은 3형제에, 다복한 홍 여사에게 한 가지 걱정거리가 있다. 가업을 이어갈 큰아들 장인재(신현준)가 아직 짝을 찾지 못한 것. 코앞에 닥친 환갑잔치까지 꼭 며느릿감을 대령하라는 엄명을 내렸지만 막상 아들에게 애인이 생기자 고민이 더 커졌다. 가문의 황태자가 ‘깡패들 잡아다 콩밥 먹이는’ 강력계 검사 김진경(김원희)과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가문이 존립의 위기를 맞는다.
7일 개봉된 ‘가문의 위기’(감독 정용기)는 이렇듯 ‘조폭 가문과 검사 며느리’의 만남으로 축약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설정이라고? 맞다. 2002년 520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가문의 영광’의 속편이다. ‘조폭 가문과 엘리트 사위’라는 1편의 전제를 살짝 뒤집어, 전편처럼 확실하게 웃겨보자고 만든 추석 대목용 코미디 영화다. 목적의식이 분명하다는 것은 이 영화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따라서 황당한 설정이니, 유치한 감성이니 웃음의 질을 따지지 않는다면 실컷 웃을 수 있다.
섹스와 액션, 웃음을 버무린 콘텐츠는 전편과 다를 바 없다. ‘나무 심다가 왔냐’는 식의 성적 농담에, 유방확대크림과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성기 보호대가 등장하고 군데군데 양념처럼 들어간 조폭들의 패싸움도 여전하다. 망가지는 배우들에, 전라도 사투리도 그대로. 차이라면 전편보다 액션 비중은 줄어들고 코미디의 몫이 커졌다.
유머 코드는 상영 시간 내내 웃음이 적절한 간격으로 터져나올 수 있도록 고르게 배열돼 있다. 먼저 말로 웃기는 대목. 무식함이 하늘을 찌르는 조폭 3형제. 둘째가 묻는다. “오렌지가 영어로 뭔지 아냐?” “……” “이런 무식한 새끼들. 그건 델몬트여, 델몬트.” 동생의 영어 실력에 감탄하며 첫째가 진지하게 되묻는다. “그럼 선키스트는 영어로 뭐냐?” “……”
주연들의 코믹 연기도 무난하다. 1편의 주인공 정준호를 비롯해 인재의 맞선녀 현영, 비뇨기과 의사로 등장하는 개그우먼 박희진, 진경의 아버지 백일섭의 감초 연기는 배꼽을 잡게 한다.
그렇다면 ‘형만 한 아우’가 될 것 같냐고? 보기 나름이다. 이 영화는 갈 때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아예 밑바닥까지 내려와 폭발적인 웃음의 홈런을 터뜨리진 않는다. ‘팔자 대물림’이라는 조폭의 비애를 어설프게 건드려 여운을 주려는 욕심은 과하다는 느낌도 준다. 그래서 좀 맥이 빠진다는 평도 있지만 실속 있는 안타는 쏠쏠하게 이어진다. 영화 막바지에 제작진의 이름을 소개하는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쯤 나오는 여검사와 조폭 가문의 만남 장면도 그중 하나다. 15세 이상.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