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보유세 실효세율(집값 대비 세금 비율) 1%’ 목표를 제시했다. 근거는 선진국의 세율이었다.
재정경제부 김용민(金容珉) 세제실장은 최근 “조세연구원의 보고서 등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보유세율은 1%를 조금 넘는다”며 “이를 근거로 한국의 보유세율 목표를 정했다”고 밝혔다.
7일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회담에서도 ‘보유세 1%’가 언급됐다.
과연 선진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1% 선인가. 1%는 한국에서도 의미 있는 목표가 될 수 있을까.
○ 선진국 실효세율 1%의 진실은
한국조세연구원 노영훈(魯英勳) 선임연구원은 “13년째 조세연구원에서 재산세 분야를 맡고 있지만 미국 등 선진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이 1%라는 보고서를 쓰거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세연구원이 2004년 출간한 ‘주요국의 조세제도’ 4권과 2003년 미국자산세금가이드 등에 따르면 미국은 같은 주(州)에서도 지역이나 용도에 따라 보유세율이 크게 다르다.
일리노이처럼 세율이 0.02%를 밑도는 주가 있는가 하면 미네소타처럼 세율이 8%를 웃도는 주도 있다.
다만 50개 주 가운데 18개 주는 보유세 최고세율을 1% 미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나머지 32개 주 가운데 16개 주는 최고세율이 1%를 넘지만 주택에 대해서는 이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강남대 세무학과 안창남(安昌湳) 교수는 “미국은 3023개 카운티, 1만9500여 개 시별로 보유세가 워낙 다양해 실효세율을 계산할 수도 없고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고정자산세’라는 보유세가 있다. 명목상 세율은 1.4% 선. 그러나 일본부동산협회에 따르면 실효세율은 주거용 건물 0.5%, 비주거용 건물 0.98%다.
독일은 부동산 보유세율이 3.5%다. 그러나 과세표준이 1964년 기준의 부동산 가치여서 실효세율은 0.2∼0.5% 선이며 가장 높은 지역도 1% 미만이다.
○ 보유세 성격 자체가 다르다
선진국 보유세는 대부분 지방세로 나라에 따라 과세방식, 납세자, 세금의 용도 등이 매우 다르다.
미국의 보유세는 잔여세(殘餘稅·residual tax)로 지방자치단체가 다른 수입으로 충당하지 못한 예산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또 거둔 세금의 절반 이상이 교육 분야에 사용된다.
영국의 주택 보유세(카운슬세)는 거주자가 낸다. 집주인이 사는 집이라면 주인이, 임대된 집이라면 세입자가 보유세를 낸다. 프랑스도 거주자에게 재산세 성격의 주민세를 부과한다.
주택산업연구원 장성수(張成洙) 연구실장은 “나라별 보유세 성격이 너무 달라 ‘선진국형 실효세율 1%’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 “소득 고려해야” vs “집 팔아야”
미국과 일본은 지자체별로 노인과 저소득층에 대해 보유세를 감면해 준다.
미국 뉴욕 주는 연소득 2만9900달러(약 3000만 원) 이하인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보유세를 최고 50% 깎아 준다.
영국은 저소득층이거나 집에 대학생이 있으면 카운슬세를 감면해 준다.
한국 정부는 소득에 비해 보유세가 부담스러우면 집을 줄이거나 팔라고 한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03년 말 기준 한국의 가구당 연간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6.2. 서울은 8.9나 된다. 집값이 연간 가구소득의 8.9배라는 뜻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김경환(金京煥) 교수는 “2003년 미국 PIR는 3.7로 한국에 비해 매우 낮다”며 “이는 실효세율이 1%로 같다면 한국인의 보유세 부담이 미국인에 비해 훨씬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