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4시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S주유소. 빨간 입간판에 ‘휘발유 정상가격 1616원’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곳은 전국에서 휘발유 값이 가장 비싼 곳 가운데 하나. 비싼 땅값 때문이다. 주유소는 지역별 소득 수준, 판매량, 땅값 등을 감안해 소비자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한다. 이 주유소의 휘발유 값은 지난주 처음으로 L당 1600원대를 돌파했다. 이후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셀프 주유 인기 폭발
이 주유소에는 셀프 주유기 6대가 설치돼 있다. 직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주유하는 대신 L당 30원을 할인해 준다. 최근 이 셀프 주유기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이 주유소의 서모(33) 소장은 “최근 휘발유 값이 폭등한 뒤부터 셀프 주유기 매출이 하루 20∼25드럼(1드럼은 200L)에서 30드럼 정도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25∼50% 늘어난 셈이다.
셀프 주유기 앞에 독일제 아우디 A6 2.6(2600cc) 한 대가 들어왔다. 문을 열고 나온 노부부는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라며 한참 당황해했다. 가격이 싸서 셀프 주유기를 찾았는데 처음이라 방법을 몰랐던 것.
이 차를 몰고 온 도상오(71) 씨는 “전에는 가득 넣으면 10만 원 안팎이었는데 이제 11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고 했다. 평소 지하철을 타고 다닌다는 그는 “오늘은 급한 일이 있어 끌고 나왔다”며 1만 원어치만 넣었다.
○1만∼2만 원어치 넣는 소비자 늘어
오후 3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24세의 직원은 “휘발유 값이 L당 1600원대가 된 뒤 퇴근시간대에 주유소를 찾는 차량이 뜸해졌다”며 “전과 비교하면 3분의 1가량 감소한 것 같다”고 했다.
이 주유소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비싸냐”며 항의도 하고, 왔다가 그냥 나갈 때도 있다고 한다.
기름 넣는 단위가 소액으로 바뀐 것도 큰 특징이다. 직원들은 “가득 넣는 사람은 거의 없고 ‘1만 원어치만 넣어 달라’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그것도 현금이 아니라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영수증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싼 주유소를 찾아서
주유소 한쪽에서 동전을 넣고 차 청소를 하고 있는 김영동(35) 씨를 만났다.
그는 “기름을 넣으러 온 게 아니라 세차하러 왔다”고 했다. 서대문구 연희동 집에서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김 씨는 영업사원이라 자가운전을 한다.
한 달 기름 값은 30만 원 정도. 회사에서 10만 원만 지원하기 때문에 기름 값이 싼 곳을 골라 다닌다.
“얼마 전까지 마포구 상암동의 1400원대 주유소를 애용했는데 그곳도 값이 1500원대로 올랐어요. 더 싼 곳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7일 GS칼텍스에 이어 8일 SK㈜는 세금을 포함한 공장도 휘발유 가격을 L당 24원 또 올렸다.
8일 이 주유소의 가격표는 1640원으로 바뀌었다. 이제 ‘1700원 시대’도 머지않아 보인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