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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내각 해산…유셴코정부 출범 8개월만

입력 | 2005-09-09 03:08:00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이 8개월 만에 표류하고 있다.

혁명주도세력 내부의 갈등과 전(前) 정권 못지않은 부정부패, 옛 동맹국 러시아와의 갈등, 경제난이 겹쳐 총체적인 난국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빅토르 유셴코 대통령은 8일 율리야 티모셴코 총리 내각을 해산하고 총리 대행으로 유리 예하누로프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주지사를 임명했다. 이날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보안부장과 페트로 포로셴코 국가안보회의 서기도 자진 사퇴했다.

앞서 알렉산드르 진첸코 대통령행정실장과 니콜라이 토멘코 부총리도 사임해 그동안 정권을 이끌어 온 ‘오렌지혁명’ 주역 대부분이 물러나게 된 것.

유셴코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내각과 안보회의, 대통령비서실, 라다(의회) 사이의 갈등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썼으나 무위로 돌아갔다”며 정권 내부의 갈등을 내각 해산의 이유로 들었다. 그는 집권 1등 공신이었던 티모셴코 총리가 “정치적 인기에 영합해 개인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각 해산과 함께 보안부에 고위 관료들의 부패와 직권 남용 등에 대해 조사를 지시했다. 의회도 포로셴코 서기 등 부패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에 대한 면책특권 박탈을 결의했다.

유셴코 대통령이 내각 해산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린 가장 큰 이유는 권력의 핵심인 티모셴코 총리와 포로셴코 서기의 끊임없는 갈등 때문이다. 더욱이 올리가르키(과두재벌) 출신인 두 사람이 각종 부패 의혹에 연루돼 그에게는 적잖은 부담이었다.

반면 유셴코 대통령의 측근으로 개혁 성향이 강한 진첸코 전 실장과 토멘코 전 부총리는 “대통령이 부패한 세력에 발목이 잡혀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며 정부를 떠났다. 그로서는 사면초가에 몰렸던 셈이다.

하지만 이번 정국 수습 방안이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여전히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티모셴코 총리와 결별한 데다 다른 혁명동지들이 차례로 이탈함에 따라 당장 내년 총선에서 여당인 ‘우리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우리 우크라이나’는 이번 갈등으로 분당 위기를 맞고 있다.

유셴코 대통령이 지나친 친서방 정책으로 러시아와의 갈등을 빚으면서 외교노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집권 후 설탕과 석유가 차례로 품귀 현상을 빚는 등 경제가 더 나빠진 것도 그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초대 대통령을 지낸 레오니트 크라프추크 의원은 “유셴코 대통령이 사태 수습 능력을 상실했으니 스스로 사임한 뒤 조기 대선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모스크바=김기현 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