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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도 경기지표도 뜨는데…高소득자도 지갑 닫는다

입력 | 2005-09-09 03:08:00


대형 증권사에 다니는 나모(34) 과장은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7일에도 자가용 대신 지하철로 출근했다.

“L당 1600원이 넘는 기름 값이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적인 경제 사정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란다. 나 과장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걱정이다.

7월 이후 각종 거시경제 지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특히 고소득층까지 씀씀이를 줄이겠다며 위기감을 내비쳤다.

○ 체감경기 갈수록 악화


8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전망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기대지수는 한 달 전보다 0.4포인트 하락한 94.8로 5개월 연속 떨어졌다. 소비자기대지수가 5개월째 악화된 것은 2002년 7∼11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세부 항목별로는 경기기대지수(90.0)가 2.2포인트, 내구소비재구매기대지수(89.1)는 0.8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소비지출기대지수(104.3)는 0.8포인트 올랐고 생활형편기대지수(95.9)는 그대로였다.

소득 계층별로는 고소득층인 월평균 400만 원 이상이 102.3으로 기준치(100)를 넘었지만 전달보다는 4.3포인트 떨어졌고 200만∼299만 원(95.9)은 5개월 연속 하락했다. 300만∼399만 원, 100만∼199만 원, 100만 원 미만은 소폭 올랐다.

소비자평가지수도 78.3으로 4개월 연속 떨어졌다.

6개월 전과 비교한 자산가치는 금융 저축부문만 상승했을 뿐 부동산, 주식, 채권은 하락했다.

○ 경기와 소득의 괴리 때문

산업생산이나 설비투자, 수출증가율 등 실물 지표가 미약하나마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는데도 소비자들이 한기(寒氣)를 느끼는 이유는 고유가 등 악재가 많기 때문.

LG경제연구원 송태정(宋泰政) 책임연구위원은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큰 데다 부동산정책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8·31 부동산 종합대책’으로 고소득층의 소비가 줄어 전체적인 소비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소비가 급격히 줄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석하(辛석夏) 부연구위원은 “2분기(4∼6월) 경제가 3.3% 성장했지만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그대로일 정도로 경기와 소득의 괴리현상이 심각하다”며 “생산이 늘어도 소득은 정체돼 있으니 개인의 체감경기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소비자기대지수와 소비자평가지수::

소비자기대지수는 6개월 후의 경기나 생활형편에 대한 전망을, 소비자평가지수는 6개월 전과 비교한 현재의 경기나 생활형편을 평가한 지수. 100보다 높으면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