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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에 부는 한국투자 펀드 열풍

입력 | 2005-09-09 03:08:00


《펀드를 매개로 한일 양국의 거리를 좁히려는 시도가 주목 받고 있다. 일본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류 펀드’가 1일부터 정식 운용에 들어갔다. 또 도쿄(東京)의 공연예술계에서는 한국 성악가들의 일본 진출 기회를 늘리기 위해 ‘코리아 공연 펀드’를 조성하려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 주식 ‘한류 펀드’ 운용 후지이 과장

프랑스계 자산운용회사인 ‘크레디트 아그리콜 저팬’의 후지이 사토코(藤井聰子·36·여·사진) 투신영업추진부 과장은 요즘 한국 주식시장 동향을 살펴보는 게 가장 중요한 일과다. 한국의 주가 추이에 따라 그가 이달 초 출범시킨 ‘CA 리소나 한류펀드’의 수익률이 좌우되기 때문.

‘한류 펀드’의 1차 모집기간(7월 25일∼8월 31일)에 39억4035만 엔(약 394억 원)을 모았다. 이 회사가 중국을 겨냥해 지난해 9월 개설한 ‘그랜드 차이나펀드’의 규모가 10억 엔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변’에 가까운 금액이다.

“일본에서도 한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 정도로 여겨졌지만 한류 열풍이 불면서 친근감을 갖게 된 투자자들이 많아졌어요. 펀드에 많은 돈이 몰린 것은 한국 경제의 앞날을 밝게 보는 시각 못지않게 한류 스타들의 영향도 컸다고 봅니다.”

후지이 과장은 “한국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일본과의 교역량이 많은데도 한국 유망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가 일본에 없었던 게 성공 비결 중 하나”라며 “한국 주식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 ‘코리아 공연 펀드’ 추진 와지마 사장

‘코리아 공연 펀드’는 한국 성악가들의 일본 공연을 주일 한국문화원과 함께 여러 차례 주관한 공연기획사 ‘보이스 팩토리’의 와지마 도타로(輪嶋東太郞·42·사진) 사장이 주도하고 있다.

일본 예술 애호가와 기업들의 자금을 모아 한국 성악가들의 일본 공연과 음반 제작 등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 1계좌에 100만 엔으로 다음 달부터 모집을 시작해 연내에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5월 도쿄 오페라시티 콘서트홀에서 열린 ‘한일 우정의 해 기념-세계에 자랑할 한국 오페라 가수’ 공연에서는 펀드 취지에 공감한 일본인 관객 10여 명이 즉석에서 투자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와지마 사장은 7년 전 바리톤 최현수 씨의 CD를 우연히 들은 뒤 한국 성악가의 잠재력에 주목했다고 한다. 그는 “한국 성악가의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일본에서는 지명도가 낮아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실정”이라며 “관객 검증과정만 거치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시장에서도 각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