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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앰배서더 Really?]무인도에서 해시계 만들기

입력 | 2005-09-09 03:08:00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해시계 앙부일구. 동아일보 자료 사진


오늘날은 천체 현상을 통해 시간이나 24절기를 아는 지혜가 별로 필요치 않은 시대이다. 그러나 혹 무인도 같은 오지에라도 떨어진다면 해시계를 이용해 적어도 하루의 시간을 정확히 알 수 있다.

가장 간단한 해시계는 둥근 원반 중앙에 가는 막대를 꽂고 일정한 간격으로 등분하여 눈금을 그리면 완성된다. 그러나 흔히 한 가지 사실을 오해하고 있다. 해시계를 만들 때 막대를 ‘수직으로’ 꽂고 그림자를 보면 시곗바늘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회전하리라고 생각하는 것. 사실은 그렇지 않다.

태양은 해시계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것이 아니다. 동쪽에서 떠서 남쪽 하늘 높이 올랐다가 서쪽으로 진다. 지구에서 볼 때 태양 회전의 중심은 지구가 자전하는 축이다. 따라서 해시계의 막대는 수직으로 세워져서는 안 되고 지구의 자전축, 즉 하늘의 북극 방향으로 맞춰져야 한다. 이는 밤에 보면 북극성의 방향이고 낮에는 현재 지점의 위도에 해당하는 각도만큼 지면에서 올렸을 때 북쪽 방향이다. 이와 같은 간편한 즉석 해시계를 만들면 지구촌 어느 곳에서든 시간을 알 수 있게 된다(남반구에서는 막대를 남쪽으로 향하게 한다).

우리 조상이 사용하던 4각형 모양의 해시계에는 24절기를 알 수 있는 눈금이 표시돼 있다. 1년 동안 계절에 따라 태양의 고도가 바뀌면서 해시계의 그림자 길이는 변한다. 그림자는 동지 때 가장 길어지고 하지 때는 가장 짧게 보이며 춘분과 추분 때는 중간에 나타난다. 해시계에는 그림자 길이별로 24절기가 표시된 눈금이 있다.

100여 년 전만 해도 우리 조상은 밤하늘의 달을 보면서 추석 같은 명절이나 제삿날에 해당하는 음력 날짜를 쉽게 알아냈다. 그러나 계절별로 씨 뿌리고, 경작하고, 추수하는 한 해의 농사 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변한다. 달력이 없던 농부에게는 해시계를 보면서 절기를 알 수 있는 지혜가 있었다. 간편한 휴대용 해시계도 사용하였는데 부채에 매달거나 소매에 넣어 다닐 수 있도록 성냥갑처럼 작은 것이었다.

이용삼 충북대 교수·천문학 leeysam@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