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 전 영국 총리는 “거짓말에는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노무현 대통령은 그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의 회담에서 “서울대에 다니는 것이 기회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서울) 강남 학생이 서울대의 60%라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서울대 신입생 중 서울 강남권(강남·서초·송파구) 고교 출신은 1994년에 14.5%였고, 이후 12%대를 넘은 적이 없다. 올해는 12.2%였다(서울 비강남권 25.4%, 지방 62.4%).
노 대통령이 착각했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은 어제 “(대통령이 서울대의 60%가 강남 학생이라고 한 것은) 2004년도 서울대 재외국민 특별전형 합격자 53명 중 강남지역 학생이 33명이었던 사실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이렇다면 노 대통령은 서울대와 서울 강남을 엮어서 문제 삼기 위해 의도적으로 ‘통계 거짓말’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 전체 입학생 4000명의 1.3%에 불과한 특별전형 합격자를 전체인 양 꾸몄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통계를 확대해 서울대와 강남의 ‘특수 관계’를 설정하고 공격한 정치적 배경이 더 문제다. 최 부대변인은 “교육 기회 불평등 상황을 강조하려는 취지에서 상징적으로 언급했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런 ‘상징’을 들이대는 대통령에게 균형 감각이 있다고 믿어야 하는가. 성공한 자와 가진 자를 때려 다수의 지지를 얻자는 대중 선동이었음을 스스로 폭로한 셈이다.
수많은 국민이 경제난을 호소하는데도 노 대통령이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참여정부 이전보다 악화된 것은 없다”고 말한 데 대한 의문도 이제 풀린다. 통계를 자신에게 편리한 대로 취사선택해서 이를 전부인 것처럼 내미는 대통령이 과연 국정의 전체상을 보면서 나라를 이끌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