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컵에 1달러. 카트리나 피해자를 돕기 위한 레모네이드 판매입니다.”
지난 주말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의 학교 준비물을 사기 위해 미국 뉴저지 주 집 근처 문구점에 들렀을 때 입구에서는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카트리나 성금모금을 위해 레모네이드를 판매하고 있었다. 레모네이드는 어디에서 구했느냐고 물었더니 “엄마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고 답했다.
요즘 미국에서는 카트리나 이재민 돕기 운동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 교회에서도 성금모금이 이뤄지고 있다. 개학 때문에 바쁜데도 쇼핑몰마다 카트리나 성금모금에 앞장서는 학생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다. 어느 도시를 가도 교차로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신호대기를 위해 멈춰선 자동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고무장화를 내밀며 성금을 모금하는 것이 일상적인 풍경이 됐을 정도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성금모금도 활발하다. 카트리나 피해가 발생한 지 불과 이틀이 채 지나지 않았던 상황에서 기자의 휴대전화에는 “카트리나 피해자를 도웁시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전송되기도 했다. 문자메시지에 응답하면 성금모금 단체에 연결된다.
카트리나에 늑장 대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미국 시민사회는 자발적으로, 신속하게 피해자 돕기에 나서고 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카트리나로 뉴올리언스에 살던 피해자 자녀들이 당분간 학교에 다니는 것이 어렵게 되자 다른 지역에 있는 사립학교들이 정부 요청이 있기 전에 먼저 나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상담교사까지 파견해 피해자 자녀들의 전학절차를 도와주고 있다.
미국인의 상당수는 어떤 식이든 ‘단체’에 속해 있다. 동호인모임, 자원봉사단체, 지역단체, 환경단체, 학부모 모임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50년대 8000여 개였던 자원봉사단체가 2000년에는 2만 개로 늘어났다.
그만큼 자원봉사와 시민사회의 전통이 미국이라는 국가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트리나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속한 대처를 보면서 미국에서는 시민사회의 경쟁력이 전체 국가경쟁력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