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모교인 이화여대를 방문한 강문숙 씨(가운데)가 자신과 함께 한국 특집프로그램을 위해 찾은 독일 ZDF 방송국 PD, 카메라 기자와 함께 서 있다. 동정민 기자
“제 직업은 예술인이에요.”
1989년 독일로 건너간 지 17년 만에 모교인 이화여대를 찾은 강문숙(40·여) 씨는 8일 자신의 직업을 묻는 질문에 머뭇거리다 이렇게 대답했다.
“오페라 가수, 시인이 본래 직업이고 영화배우, 탤런트, 모델, 화가 등이 제 부업이죠.”
1988년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한 강 씨는 부천시립합창단에 들어갔다가 사표를 던지고 독일 유학길에 올랐다.
독일 카를 슈흐 국립음대 성악과에 입학한 그의 생활은 평탄하지 않았다.
“독일 갈 때 비행기표 한 장만 들고 갔거든요. 독일에 가서 각종 연주회, 드라마 엑스트라 등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했죠.”
강 씨가 독일에서 다양한 직업을 가지게 된 이유다.
그는 독일에서 ‘개성 강한 독특한 캐릭터’로 상당한 유명인사가 됐다.
“생김새도, 발음도 특이할뿐더러 항상 웃으며 열정적으로 산다며 독일인들이 좋아해 줘요.”
강 씨는 2002년부터 1년 동안 영국, 오스트리아 등을 다니며 뮤지컬 ‘왕과 나’에서 왕의 부인 역할을 맡았고 지금까지 독일 영화 4편에 출연했다. 2003년 4월에는 시집을 냈고 내년에는 독일 유명 문화인사 22명을 인터뷰한 책을 출판한다.
그는 또 올 4월부터 독일 방송국 ZDF의 아침 교양 프로그램의 ‘안녕하세요 문숙입니다’ 코너를 맡아 리포터로 활동 중이다. 딱딱한 정치뉴스 위주인 이 프로그램에서 그는 각종 유머와 장기로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해 시청률이 20%가 넘을 정도다.
이번 한국 방문도 다음달 19일부터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위한 ZDF 특별 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올해 도서전의 주빈국으로 선정된 ‘한국’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강 씨는 한국의 교육, 시장(市場), 결혼, 문학, 밤 문화 등 5가지 테마를 정하고 대학교, 남대문시장, 클럽 등 서울 곳곳을 누비고 있다.
“중국, 일본에 비해 한국은 독일에 덜 알려졌어요. 독일에 한국인의 자랑스러운 문화를 전달하는 외교 전도사가 되겠습니다.”
파란 피터팬 모자에 파란 원피스를 입은 강 씨는 주먹을 쥐며 환하게 웃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