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테너 중 한 사람인 호세 카레라스. 사진 제공 DECCA
“내년 독일월드컵에서 ‘3대 테너’가 재결합하느냐고요? 한번 두고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30일 오후 8시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내한 독창회를 갖는 세계 최고의 리릭 테너 호세 카레라스(59). 그는 공연을 앞두고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루치아노 파바로티(70), 플라시도 도밍고(64)와의 재결합설에 대해 낙관적으로 말했다.
카레라스는 “우리 셋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고, 목소리도 전혀 다르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으며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을 좋아한다”며 “우리의 자발적인 공연은 앞으로도 계속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과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스리 테너 콘서트’를 펼쳐 전 세계의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던 세 사람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년 중 은퇴 예정이라는 파바로티는 현재 세계 40개 도시를 돌며 ‘고별 공연’을 펼치는 중이고, 도밍고 역시 “은퇴 전 마지막으로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노래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 바 있다.
카레라스는 한국과 인연도 깊다. 2003년 소프라노 신영옥과 함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대규모 갈라 콘서트를 가진 바 있다. 그는 “훌륭한 관객들에 대한 기억 때문에 한국이라고 하면 ‘역동성’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2001년 18개국 언어로 부른 인터내셔널 음반에 그룹 ‘해바라기’의 ‘사랑으로’를 수록했던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한국 가곡을 부를 예정이다.
“한국어로 노래하는 것은 내게 대단한 도전입니다. 그러나 그 나라의 고유 언어로 노래하는 것은 팬들을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의 진심을 전달하는 것인 만큼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내한공연은 대규모 운동장이 아닌 실내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독창회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오페라 글라스나 대형 스크린을 통하지 않고 그의 숨소리와 풍부한 표정까지 느낄 수 있는 기회다. 지휘자 데이비드 히메네스가 함께하며, 소프라노 박미혜(서울대 교수) 씨가 특별 출연한다.
1987년 백혈병으로 쓰러졌던 카레라스는 요즘 오페라 출연을 1년에 한두 작품으로 줄이고, 콘서트와 리사이틀에 주력하고 있다. 수익금의 상당 부분은 ‘호세 카레라스 국제 백혈병 재단’에 쓰인다. 그는 “투병과정에서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진 빚을 조금이라도 갚기 위한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불굴의 의지로 병마를 물리치고 1989년 재기 공연을 가진 그는 구름처럼 모인 15만 관중 앞에서 오페라 ‘투란도트’의 아리아 ‘빈체로(Vincero)! 나는 이기리라’를 열창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그는 백혈병 극복 이후 음색이 더욱 깊어졌다는 평을 듣는다. 이에 대해 그는 “아마도 우리의 삶이나 목소리라는 것이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카레라스는 자신을 포함한 ‘세계 3대 테너’ 이후 주목받는 젊은 성악가로 멕시코 출신 테너 롤란도 비야손(33)을 꼽았다. 그는 “최근 비야손의 노래를 들었는데, 그가 젊은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성악가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며 “젊은 성악가들에게 그들이 노래하기 위해 태어났음을 명심해 주길 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5만∼25만 원. 02-541-623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