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어처구니없는 대응으로,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칭찬이 자자했던 미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껍데기만 남았음이 드러났다. 마이클 브라운(12일 사임) FEMA 전 청장의 경우는 대표적인 정실인사였다.
묻고 싶은 것은 FEMA의 쇠락이 특이한 경우인지, 전체적인 쇠락의 일부에 불과한 것인지에 관해서다. 정실 인사와 전문가의 이탈이 다른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지는 않은가, 얼마나 많은 FEMA가 또 있는가도 묻고 싶다.
FEMA 증후군에 시달리는 다른 정부기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우선 환경보호국(EPA)이 있다. 수년 전부터 전문가들이 EPA를 떠났다. 일부 고위 관리들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소극적 환경정책에 항의하며 사퇴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1일자에서 카트리나가 환경에 미친 피해에 대해 EPA 폐기물긴급처리국의 고위 정책분석가인 휴즈 코프먼 씨를 인터뷰했다. 그는 “예산은 삭감됐고 무능한 정치인들이 요직을 차지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는다. 우리가 지난 2주간 봐 온 것으로 미뤄 볼 때 이 말에 대해 의심을 할 이유가 없다.
식품의약국(FDA)은 어떤가. 제약사와의 유착에 대해 심각한 의혹이 제기됐다. 또 여성건강정책 담당 최고위 관리가 응급피임약의 승인이 연기된 데 항의하며 사임했다. 그는 FDA 국장이 정치적인 고려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공영방송지원협회(CPB)도 있다. 협회장으로 취임한 공화당원은 컨설턴트를 고용해 공영방송의 리버럴(liberal)한 편향을 찾아내도록 했다. 이 컨설턴트는 정부 비판 프로그램은 그것이 보수 측에서 제기한 것이라 할지라도 모조리 리버럴한 편향으로 보는 경향이 뚜렷했다.
부시 대통령은 본래 이런 기관들을 신뢰하지 않으므로 그 질적 저하에 대해서도 개의치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두 사례는 어떤가.
보수 정권도 효율적인 재무부를 원한다. 그러나 클린턴 정부 시절 권위와 기강을 자랑했던 재무부도 이제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누구나 다 아는 쇠락의 상징은 능력 자질보다 충성심에 의해 임명된 것이 분명한 존 스노 씨가 여전히 재무장관이라는 사실이다. 똑똑하고 선량한 전문가들이 2000년 이후 재무부를 떠나기 시작했다. 많은 요직은 비어 있거나 임시직으로 채워졌다. 재무부를 떠난 한 경제분석가는 워싱턴포스트에 “파이프가 없는데 배관공은 있어서 뭐 하겠는가”라며 부시 정부의 정책 부재를 비판했다.
국토안보부는 어떤가. 혹자는 FEMA가 소홀히 취급된 것은 자연재해보다 테러 공격에 집중하는, 더 큰 조직인 국토안보부에 통합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국토안보부는 테러 위협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가. 2004년 로이터통신은 대(對)테러 전문가의 계속되는 사직 현상을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쟁이 실제 테러 위협보다 우선순위를 차지했다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의 국토안보부 장관 첫 내정자가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에 연줄을 댄 버나드 케릭 씨였다는 점도 잊지 말자. 당시 연방수사국(FBI)이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케릭 내정자의 이력에 대해 기자들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그는 무사통과됐을 것이다. 브라운 전 FEMA 청장의 이력서는 얼마나 문제가 많았는가.
카트리나는 FEMA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행정부처 전체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미국은 통치(governing)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 정부가 2개, 3개 혹은 그 이상의 FEMA를 만들어 내는 유감스러운 상황에 처해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정리=송평인 기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