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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승 교수의 미디어 월드]위키피디어와 루퍼트 머독

입력 | 2005-09-14 03:00:00


위키피디어와 머독,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내일의 미디어를 점치는 방법 중 하나는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가려내는 것이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 두 가지.

첫째는 ‘위키피디어(wikipedia)’. 인터넷 백과사전으로 누구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집단편집으로 만들어진다. 주로 전문가들이 참여하므로 인터넷 정보의 오류와 왜곡, 편견의 문제가 적다. 이는 야후의 톱다운 편집, 구글의 컴퓨터 알고리듬 편집, 블로그의 개인편집과 구분된다. 기부금만으로 운영된다. CNN은 최근 위키피디어가 개설한 ‘위키뉴스’가 기존의 뉴스 사이트를 제쳤다고 보도했다.

조사회사 히트와이즈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트래픽이 154% 성장했다. 이런 추세라면 뉴욕타임스 사이트나 드러지리포트를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전망됐다. 위키뉴스의 위력의 핵심은 맥락 보도이다. ‘지적 비무장지대’라는 별명처럼 전문성과 중립성이 무기다. 이는 다양한 이견을 소화할 수 있는 맥락을 짚는 데 효율적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위키뉴스의 전문가 네트워크는 풍부한 정보와 다양한 시각, 전문적 해석 등을 통해 어떤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도 이해 가능한 맥락을 제시한다.

두 번째는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 뉴욕타임스 9일자는 온라인기업 인수 열풍에 빠진 머독의 최근 행보를 집중보도했다. 불과 7주 만에 거의 13억 달러를 들여 3개의 인터넷 기업을 인수했다. 앞으로 20억 달러를 더 들여 8개 업체를 추가 인수할 계획이다. 과거 신예 기업을 사들였던 것과 달리 시장에서 성공한 기업이 인수 대상이다. 미쳤다는 소리를 듣지만 머독은 신문과 방송에서 떠나가는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가야 할 길을 간다는 식이다. 아날로그 시절 영국과 미국에서 신문, 방송, 케이블 쪽에서 드러냈던 문어발식 세 불리기에 의한 ‘규모의 경제’ 전략이다.

위키피디어는 변하는 것의, 머독은 변하지 않는 것의 상징이다. 위키피디어는 돈이 많이 들지 않고 돈을 벌려고도 하지 않지만, 머독의 전략은 돈이 시작과 끝이다. 위키피디어는 독불장군 없는 공동체가 기반인데 비해 머독의 전략에는 머독 개인만이 존재한다. 이 둘은 디지털 미디어 세상을 설명하는 양극단이라고 할 수 있다.

김사승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