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묘지를 ‘광주 정신’이 살아 숨쉬는 공원으로 꾸미고 싶어요.”
9일 국립5·18묘지(광주 북구 운정동)의 첫 민간 여성 관리소장에 임명된 박경순(朴敬順·43·여·사진) 씨.
박 소장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오빠를 잃은 5·18 유가족이다. 박 소장의 오빠 병규(당시 20세·동국대 1년) 씨는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 맞서 마지막까지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국가보훈처는 5월 민주화운동 25주년을 맞아 묘지 관리소장을 개방형 임용제로 전환해 소장을 공모했다. 박 소장은 심사와 면접을 거쳐 서기관급 계약직에 임용됐다. 임기는 2년.
박 소장은 “그동안 5·18묘지가 단절된 곳으로 인식돼 시민에게 다가서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접근성을 높이고 공원 개념을 도입해 참배객이 자연스럽게 ‘광주정신’을 배우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내년 완공 예정인 추모관 건립공사에 만전을 기울이는 한편 봉안소를 납골묘로 조성하고 참배소감을 적는 ‘기억의 벽’을 만드는 등 묘지 발전방안을 구상 중이다.
박 소장은 1986년 조선대 회계학과 2학년 재학 시절 서울시립대에서 5·18 강연을 하다 붙잡혀 1주일간 구류를 살았다. 1988년 국회청문회 때는 5·18 당시 군 관계자들이 위증을 하자 청문회장에서 소란을 피웠다는 이유로 불구속 입건됐다.
박 소장은 5·18묘지의 산증인이다. 1984년부터 유족회 일을 하면서 망월동 옛 5·18묘지에 안장된 희생자의 비망록을 펴냈다.
광주 북구의회 2, 3대 의원을 지낸 박 소장은 “묘지를 광주만의 공간이 아닌 전 국민의 참배공간으로 만들어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영령들의 숭고한 뜻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