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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대전 무형문화재 이만희씨

입력 | 2005-09-14 08:53:00


“케익과 빵, 피자에 익숙한 자녀에게 우리의 떡을 권해보세요. 씹으면 씹을수록 아이들이 맘에 들어 할 겁니다.”

전통 떡을 40여 년 째 만들면서 주위사람들에게 비법을 전수하는 사람이 있다. 대전 중구 유천동에 사는 이만희(李滿熙·69) 씨. 추석명절을 앞둔 그는 요즘 자신의 집에서 떡을 만드느라 여유가 없다.

이 씨의 떡은 고려 때 시작해 이조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궁중 연회와 상(喪), 제사 때 사용한 ‘갖은편’.

종류는 설탕과 석이버섯이 들어간 백편, 백편에 대추를 넣은 갈색의 꿀편, 그리고 당귀의 일종인 승검초와 쑥잎이 들어간 승검초편 등 세 가지다.

연안 이가(李家)인 이 씨는 조선시대 지다방사(왕의 검식관)의 후손으로 처녀 때부터 이바지 음식을 주변에게 만들어 주다가 조선왕실의 떡 제조방법을 그대로 계승했다.

이 씨의 비법은 첫 번째 재료구입이 남다르다는 점. 대추는 충남 논산시 연산면, 잣은 서울 경동시장, 꿀은 충남 벌곡면에서 생산되는 것만 쓴다.

둘째는 수작업. 최고품질의 멥쌀을 직접 갈아 찐 뒤 그곳에 대추와 잣을 하나하나씩 갈라서 일일이 손으로 수를 놓는다. 이 같은 비법은 2000년에 대전시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로 지정됐다.

음식 분야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사례는 조선왕조궁중음식과 전통술에 이어 세 번째. 떡 제조법만으로는 이 씨가 처음이다.

국내 유명 제과회사로부터 OEM(주문자생산방식) 요청도 들어왔으나 “대량 생산으로는 맛을 살릴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씨는 거부했다.

하지만 전통떡의 제조법을 주변에 알리기 위해 최근에는 대전보건전문대 전통조리학과와 한국궁중음식연구소에 강의를 나간다.

이 씨는 “전통떡인 갖은편이 사라지지 않도록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042-583-5385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