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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경영]패션디자인 권위로 승부

입력 | 2005-09-15 03:06:00

LG패션과 제일모직은 각각 지난해 9월과 올 2월 이탈리아 명품업체의 패션 컨설턴트인 클라우디오 테스타(왼쪽), 가브리엘레 나폴레타노 씨를 영입하고 디자인 명품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 제공 LG패션·제일모직


패션은 디자인으로 승부를 보는 세계다.

매장에 걸려 있는 옷 여러 벌 중 디자인이 눈에 띄어야 소비자로부터 선택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옷을 찾을 수만 있다면 하루 종일 발품을 파는 수고도 기꺼이 한다.

최근엔 단순히 ‘눈’에 차는 디자인 뿐 아니라 ‘마음’을 채워 주는 디자인을 요구하는 깐깐한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예쁜 디자인보다 브랜드가 주는 특별한 가치를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는 사랑과 존경의 감정을 퍼붓는 연인과도 같은 존재”라면서 “명품(名品) 브랜드는 값이 비싸더라도 뛰어난 디자인과 품격 있는 브랜드 이미지로 늘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패션업체들은 명품급 브랜드를 키우기 위해 해외 패션 전문가를 영입하고 고급 제품을 내놓는 등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 유명 패션 전문가를 영입하라

지난해 9월 LG상사 패션부문(LG패션)은 이탈리아 브랜드 ‘로로 피아나’의 패션 컨설턴트 클라우디오 테스타(53) 씨를 영입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아르마니 신사복, 자니 베르사체 액세서리 등 명품 브랜드에서만 일해 온 그를 영입해 LG패션 신사복 마에스트로를 명품급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LG패션은 올해 남성의 체형미를 강조하는 ‘마스터피스 1.618’, ‘마스터피스 제로’ 등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신사복 업계의 맞수 제일모직도 올 2월 이탈리아 신사복 명품 브랜드 ‘브리오니’에서 40여 년 일해 온 가브리엘레 나폴레타노(62) 씨를 영입했다. 제일모직 신사복 갤럭시를 명품 브랜드 반열에 올리겠다며 삼고초려(三顧草廬) 끝에 스카우트한 것.

나폴레타노 씨는 “한국의 뛰어난 신사복 원단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디자인, 상품 기획 분야를 강화하면 세계적인 명품 패션 브랜드의 탄생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 브랜드 속 브랜드

패션업체들은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고 새로운 형태의 디자인을 선보이거나 가격이 비싼 고급 라인을 내놓기도 한다. 한마디로 ‘브랜드 속 브랜드’다.

기존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되 더욱 고급스러운 제품을 시판해 브랜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것이다.

제일모직 빈폴은 올 8월 프리미엄 라인인 ‘빈폴 컬렉션 라인’을 선보였다. 소재나 디자인이 고급스러워 기존 빈폴 제품보다 가격이 1.5∼2배에 이른다.

캐주얼 스포츠 브랜드 EXR는 최근 이노 디자인과 손잡고 스니커즈 라인인 ‘EXR NY 컬렉션 바이 이노’를 내놓았다.

캐주얼 중저가 브랜드 지오다노는 디자이너 지춘희 씨와 함께 ‘미스지 포 지오다노’ 라인을 만들어 7월 판매하기도 했다. 투피스 한 벌에 150만 원을 웃도는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와 3만∼5만 원대 중저가 브랜드가 손을 잡은 것.

LG패션의 여성복 닥스도 고품격 라인인 ‘프라이빗 컬렉션’을 내놓고 고급 취향의 고객 잡기에 나섰다.

LG패션 구본걸(具本杰) 사장은 8월 기자간담회에서 “고객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변한다”며 “지속적인 디자인과 제품 개발을 통해 명품 브랜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