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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너는 내 운명’ 전도연…사랑을 말하다

입력 | 2005-09-15 03:06:00

사진 제공 영화사 봄


22일 개봉되는 ‘너는 내 운명’(박진표 감독)은 사랑에 대한 노골적인 직설화법이다. 에이즈에 감염된 다방 종업원 은하(전도연)와 순박한 농촌 총각 석중(황정민)의 ‘죽어도 좋은’ 사랑을 담은 눈물의 영화. ‘인어공주’에 이어 또다시 사랑을 말하는 전도연(32)을 만났다. 우리는 사랑에 관해 이야기했다.

―에이즈에 걸린 다방 종업원 역이에요. 예쁜 여배우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요?

“우린 사랑을 하고 싶어 하지만 사실은 사랑을 안 믿잖아요. 이 영화를 하면 사랑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은하는 은하고 전도연은 전도연이에요. 전 선택에 용감해요. 어떤 역할이든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남자친구나 평소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더 예뻐 보이고 싶어요.”

―‘접속’ ‘해피엔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스캔들’…. 출연작 대부분이 왜 사랑(불륜 포함) 얘기죠?

안철민 기자

“제 인생의 모토가 사랑이에요. 난 사랑이 너무 좋아요. 사랑에 관한 책이 너무 좋고, 사랑에 관한 모든 게 너무 좋아요. 만약 내 인생에서 사랑을 뺀다면 전도연은 갑자기 할머니가 돼 버릴 거예요.”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이’는 사랑 얘기가 아니었어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아니요. 저는 폭력배 ‘독불이’(정재영)가 죽어가면서 수진(전도연)에게 남기는 딱 한마디 때문에 그 영화를 했어요. ‘내가 그렇게 싫으냐. ×발년.’ 아, 그 대사 때문에 저 미치는 줄 알았어요. ‘독불이’는 난폭하지만 수진이를 때릴 땐 절대로 주먹을 쓰지 않아요. 그게 사랑의 표현인 거죠.”

―시골 총각과의 사랑 얘기예요. 도시적이고 멋진 남자랑 사랑하는 영화는 욕심 안 나요?

“아, 저는 좋아요. (한쪽 이마를 장난스럽게 쓰다듬어 내리며) 장동건 씨도 좋고….(웃음)”

―석중과의 키스가 정말 흥분되더군요. 진짜 상대를 사랑해서 하는 키스 같았어요.

“으음, 뭐, 사심을 갖고 했던 키스는 아니었고요. (키스에) 굶주려서 그랬던 것도 아니고.(웃음) 자꾸 진짜라고, 진짜 사랑하는 거라고 믿게 되는데 그게 무슨 힘인지 모르겠어요. 저는 키스 신에도 배우의 생각이나 생활이 나타난다고 믿어요. 저는 ‘올인’하는 스타일이에요.”

―도연 씨의 그런 점 때문에 남자들이 판타지를 가져요. ‘나도 저렇게 사랑해 주진 않을까?’ 하고.

“저 진짜 사랑해 줄 수 있는데….(웃음) 그거 판타지 아니거든요? 판타지라고 하지 마세요.”

―석중이 은하에게 보내오는 선물은 자신이 직접 짠 소젖(우유) 한 병, 장미 한 송이, 그리고 편지예요. 이에 필적할 만한 로맨틱한 선물을 남자에게서 받아보았나요.

“저는 남자한테 뭘 받는 데 익숙한 여자가 아니에요. 어색해요. 해 주는 게 더 편해요. 으음, 난 감정기복이 심한데, 비 오는 날 ‘우울한 것 같아 보냈다’면서 꽃을 선물해 와서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남자들이 도연 씨를 더 좋아할 것 같네요.

“왜요? 제가 퍼주는 여자라서요?(웃음)”

―총천연색 물방울무늬가 있는 팬티와 브래지어가 인상적이었어요.

“하얀색 속옷도 생각해 보았어요. 그렇고 그런 여자인 줄 알았는데 벗겨 보니 하얀 속옷이 드러나는 데서 오는 청순함 같은 거죠. 하지만 그건 은하만의 어떤 것이 아니었어요. 특색 있게 가자고 생각했죠.”

―30대 초반이에요. 어떤 생각이 드나요.

“저는 체력이 굉장히 좋아요. 근데 요즘 밤샘 촬영을 하고 나면 얼굴에 (피로가) 나타나는 거예요. 덜컥 겁이 났어요. 요즘 젊고 예쁜 배우들이 많아요. 하지만 그들과 견주어서 내가 어떻게 꾸며야지, 이런 생각은 안 해요. 저는 나이에 맞게 늙고 싶고 세월을 거스르고 싶지 않아요.”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