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 주민 자격으로 독도에 살러 가는 ‘독도시인’ 편부경 씨. 상주에 앞서 2∼9일 독도에 머물렀던 그는 “그때 마침 태풍 ‘나비’가 몰아닥쳐 등대로 옮겨가 지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독도 시인’ 편부경(片富敬·50·여) 씨가 10월 중 독도에 살러 들어간다.
그는 14일 “2003년 태풍 매미로 파손된 독도의 어민 숙사와 접안시설이 해양수산부의 10억 원 지원으로 최근 복구됐다”며 “23일 준공 검사를 통과하면 10월 중 날씨가 좋은 날을 골라 어업을 하는 김성도 김신열 씨 부부와 함께 상주하러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독도는 1997년 이후 경비대원들을 제외하면 상주하는 주민이 없어 이번에 세 사람이 들어가면 8년 만에 상주자가 생기는 셈이다. “주위에 떠들썩하게 알리지 않고 조용히 들어가고 싶다”며 인터뷰를 사양하던 편 씨는 “올해 일본이 독도 문제를 터무니없이 거론하는 것을 보면서 주민들이 상주하고 있다면 저런 일이 벌어졌겠나 싶은 마음에서 독도 상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완공된 어민 숙사에서 시험 삼아 묵어보기 위해 2일 독도에 들어가 7박 8일간 생활하다 돌아왔다. 발전 설비를 지속적으로 가동할 연료 공급, 비가 안 올 경우의 식수 조달, 통신 수단 부재 등이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편 시인은 이미 2003년 11월 주민등록지를 독도로 옮긴 ‘서류상 독도 주민’이며, 그간 독도에 40차례 이상 입도했다. 매번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았으며, 이번에 상주하러 가기 전에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독도에 새로 들어선 어민 숙사.
그는 “시를 쓰기 위해 섬들을 돌아다니다 우연히 들른 독도에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그간 시집 ‘독도 우체국’ ‘영혼까지 독도에 산골하고’를 펴냈으며, 모금을 통해 1.3t짜리 고깃배 ‘독도’호를 마련해 이번에 함께 독도로 갈 김성도 씨 부부에게 3월에 전달했다.
편 시인의 동갑내기 남편과 대학을 졸업한 큰딸, 대학 다니는 작은딸은 경기 고양시에 살고 있다. 편 시인은 “가족들 모두 든든한 내 지지자”라고 말했다. 그는 “얼마가 걸릴지 모르지만 독도에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될 때까지 머물다가 가족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