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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우리 곁으로]D-15, 외국의 성공 사례

입력 | 2005-09-16 03:01:00

미국 로드아일랜드 주 프로비던스 시 부활의 기폭제가 된 워터플레이스 파크 전경. 도시가 살아나면서 최근 워터플레이스 파크 주변을 중심으로 대형 쇼핑몰과 고층 아파트, 고급 레스토랑 등이 속속 들어서 하천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프로비던스=공종식 특파원


뉴욕에서 차로 미국 동부를 관통하는 95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3시간 정도 달리다 보면 프로비던스라는 작은 도시가 나온다.

로드아일랜드 주(州)의 주도로 인구가 18만 명인 이 도시는 한때 미국의 쇠락하는 다운타운을 상징했다. 그러나 프로비던스는 획기적인 한 ‘사건’을 통해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친환경도시로 거듭났다. 워터플레이스 파크라고 불리는 하천복원 사업이 비결이었다.

▽청계천의 모델 워터플레이스 파크=11일 오후 프로비던스 중심가에 있는 워터플레이스 파크를 찾았을 때 청계천 복원사업과 ‘쌍둥이 프로젝트’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비슷했다.

하천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 교량 등이 청계천과 판박이였다. 또 2만여 명의 시민이 참여해 각자의 소망을 표현한 청계천의 ‘소망의 벽’처럼 프로비던스 시민들의 뜻을 모아 만든 타일벽도 눈에 띄었다.

이날도 물고기 떼가 유유히 헤엄치는 하천 옆의 산책로 벤치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시민,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의 훌륭한 휴식 공간이었다.

대학생 클라우디아 쉬어(여) 씨는 “공부하다 답답해지면 친구들과 함께 와 배를 타기도 한다”며 “워터플레이스 파크는 프로비던스의 보석”이라고 말했다.

▽‘프로비던스 르네상스’의 기폭제 하천프로젝트=미국의 ‘머니매거진’이라는 잡지가 10년 전 미국 도시 300곳을 대상으로 ‘가보고 싶은 도시’ 순위를 매겼을 때 프로비던스는 240위였다.

특히 시내 중심부의 철도는 도시 발전의 걸림돌이었다. 1979년부터 철도이전 및 하천복원사업이 논의되다가 연방정부가 전체 예산의 70%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모두 1억1000만 달러(약 1100억 원)에 이르는 재원이 마련돼 공사에 들어갔다. 철도를 외곽으로 옮기고 ‘죽은 땅’이었던 곳의 콘크리트를 걷어내 하천을 살려내는 작업이 1990년대 중반 마무리됐다.

▽프로비던스의 기적=워터플레이스 파크가 명소로 자리 잡은 결정적 계기는 문화행사였다. 프로비던스 시청의 토머스 델러 도시개발국장은 “클래식, 재즈, 댄스강습 등 문화행사를 매주 무료로 개최했는데 이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불꽃축제는 기폭제였다. 매주 토요일 해가 진 뒤 이뤄지는 천변의 불꽃축제는 많게는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일 정도의 히트상품이 됐다. 그러자 레스토랑이 들어서고, 호텔과 쇼핑시설도 속속 들어섰다.

최근에는 고층 아파트 건설 붐이 일면서 도심의 스카이라인까지 바뀌고 있다.

프로비던스는 2001년 머니매거진의 똑같은 조사에서는 300개 도시 중 12위로 떠올랐다.

프로비던스=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佛 비에브르강 1.1km 복원…복원5년만에 ‘생명의 江’▼

프랑스 파리의 비에브르 강 복원 구간이 시작되는 그레 방앗간. 파리=금동근 특파원

프랑스의 비에브르 강은 서울시가 청계천 복원을 위해 모델로 삼았던 하천 중 하나. 이 강은 베르사유 부근에서 발원해 파리 시의 남쪽으로 흘러들어와 센 강에 합류한다. 1900년대 초까지 서민들의 생활 터전이었으나 산업화의 여파로 오염이 심해지자 파리 시내 구간을 포함한 하류 16km가 복개됐다.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시장은 2001년 선거에서 비에브르 강 복원을 공약의 하나로 내걸었다.

이미 2000년 파리 남쪽의 두 도시 브리에르 르 뷔송과 마시가 비에브르 강 1.1km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사유지 침해 문제를 피하기 위해 복개 구간을 파헤치는 대신 국도변에 인공 하천을 만들어 상류의 물줄기를 이곳으로 돌렸다. 이를 위해 국도 4차로를 2차로로 줄였다. 하천 주변에는 1만 그루의 나무와 관목을 심었고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를 조성했다.

복원 5년여 만에 강은 생태계를 회복했다. 폭 2m, 수심 50∼70cm의 강바닥은 수초로 덮였고 물고기와 오리 떼가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오사카市 도톤보리川…15년 프로젝트 진행중▼

일본 오사카 시의 도톤보리 천을 따라 지난해 12월 2단 구조로 완성된 산책로.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大阪) 남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도톤보리(道頓堀) 천은 오사카를 상징하는 명물이다. 도톤보리 천은 1615년 물자 수송용으로 건설된 인공 하천. 폭 30∼50m에 길이는 2.7km다. 오사카 시는 1995년 ‘물의 도시 오사카 재생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도톤보리 천 정비계획을 세워 2010년까지 1차로 번화가가 밀집한 동쪽의 1.3km 구간을 시민친화형 수변 공간으로 꾸미는 작업에 착수했다.

정비계획의 골자는 하천의 폭을 12∼14m로 줄이는 대신 양쪽에 폭 8m의 산책로를 만들어 강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힌다는 것. 이에 따라 2000년 시범지구인 ‘리버 플레이스’ 일대에 입체광장과 음악홀이 들어섰고 하천 곳곳엔 보기에도 시원한 분수가 설치됐다. 또 지난해 12월엔 강변을 따라 폭 8m의 널찍한 산책로가 2단 구조로 완성돼 시민들의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오사카 시는 도톤보리 천에 나루터를 설치해 장기적으로는 이곳에서 배를 타고 오사카 시내를 둘러보는 항로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