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제36회 야구월드컵 8강전에서 숙적 일본을 완파했다. A조 4위(5승 3패)로 간신히 8강 탈락의 위기를 모면한 한국. B조 1위(7승 1패)로 8강에 올라 금메달을 바라보던 일본.
누구나 일본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공은 둥글었다. 한국은 선발 최대성(롯데·사진)의 역투와 타선의 집중력으로 우승 후보 일본을 5-1로 침몰시키고 4강에 진출했다.
15일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8강전이 열린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야구장. 장면은 4년 전인 2001년 대만에서 열린 제34회 야구월드컵과 겹쳐졌다.
당시에도 한국은 일본과 8강전에서 만났다. 한국팀 감독은 이번 대회와 같은 김정택(상무) 감독. 일본 선발 나카무라와 7회부터 등판한 가토의 구위에 밀린 한국은 1-3으로 패한 뒤 쓸쓸히 고국행 짐을 쌌다.
그로부터 4년 뒤. 한국은 뜻밖의 일격으로 일본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다. 이날 승리로 한국은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 9-0 완승 이후 일본과의 국제경기 5연패의 수렁에서도 벗어났다. 한국이 이 대회 4강에 오른 것은 1998년 제33회 이탈리아 대회 이후 7년 만이다.
일등 공신은 단연 선발 투수 최대성이었다. 최대성은 최고 시속 151km의 빠른 직구와 예리한 변화구를 앞세워 8이닝을 9안타 1실점으로 일본 타선을 꽁꽁 묶었다. 삼진은 무려 10개. 2경기에서 34개의 삼진을 기록한 최대성은 탈삼진 부문 1위에 나섰다.
한국은 2회 선두타자 김상현의 선제 우월 홈런을 시작으로 정상호와 정보영, 윤석민의 안타로 3득점했다. 3-1로 앞선 8회에도 박정권과 김상현의 연속 안타로 2점을 더 달아났다. 한국은 17일 주최국 네덜란드와 준결승전에서 맞붙는다. 예선전에서는 한국이 2-6으로 패한 바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